바다는 늘 춥다. 겨울 바다를 보고 싶었다. 그냥 집에 들어가기 싫어 달리자고 했다. 쭉 달리면 좋은데 남편은 금방 주차할 자리를 찾아 차를 세운다. 하얀 파도가 거세다. 바닷바람이 그만큼 거세다는 말이다.
내렸더니 춥다. 바다는 늘 추웠다는 걸 잊었다. 남편과 꼬마 둘이 해변에 내려가 한참을 하얀 파도 오르내리는 모래흙을 밟았다.
큰 녀석들 둘은 시멘트만 밟고 멀찍이 섰다. 해변 흙을 밟는 걸 싫어하는 녀석들이다. 그래도 하얀 파도 밀려드는 해변은 좋은지 춥다면서도 핸드폰을 들이대고 있다. 봄꽃 구경을 가서 꽃 사진을 찍는 녀석이니 감성이 꽝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오랜만에 겨울바다에 섰다. 장엄하고 찬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밀려드는 파도 속에서도 차디찬 바닷바람을 맞으면서도 나는 해변의 흙 한 줌에 내 발을 딛고 서서 한참 겨울의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다에는 늘 수평선과 하늘이 맞닿아있다. 구름이 늘 함께 어울린다. 그리고 늘 하늘과 구름 사이에서 나타난 갈매기가 해변을 휘젓고 다닌다. 휘젓고 다니는 것 아니었던가? 오늘은 바람을 가르며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활공을 한다. 수평으로 안정된 비행을 하는 비행기 같다. 그들의 비행을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갈매기가 엄청 크다. 대왕 사이즈 갈매기다. 갈매기가 날아다닌다.
나는 꽁꽁 싸매고도 발을 동동 구르는데
나는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누빈다.
패딩 지퍼를 올리고 모자를 둘러썼는데도 손이 시리고 볼이 시렸다. 내린 지 10분 만에 차에 다시 탑승했다.
바람이 부는 날 겨울 바다에는 하얀 파도가 거세게 밀려온다. 바위에 부서지는 하얀 파도는 공중에서 부서진다. 해안 도로를 달리는 차 뒤로 바다내음이 따라오는 것 같았다.
겨울 바다는 정말 춥다. 다음엔 보온병에 따뜻한 커피를 준비해야지. 찬 바닷바람에 맞서려면 준비를 해야지. 하늘을 자유롭게 날으는 대왕 갈매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