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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 전용 세탁 바구니

2024. 12.18

by 눈항아리 Feb 23. 2025

‘태산을 옮기다’ 프로젝트 덕분에 부쩍 빨래에 관심을 가지게 된 남편. 급기야 양말 짝을 잃어버리지 않을 묘안을 생각해 냈다.

“양말 세탁 바구니를 따로 놓자. ”

아이들에게 양말을 양말 세탁 바구니에 넣으라고 하면 된단다. 그리고 바구니 째 세탁기에 넣었다가 양말 짝만 지으면 끝이란다. 양말이 세탁기에 짝짝으로 들어가는 것이 문제라는 것. 그의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세탁할 빨래 하나 없이 베란다가 깨끗할 때도 늘 짝짝이 양말은 나왔었다.

그럼 한 번 해 보기나 합시다.

그런데 아이들이 양말을 따로 바구니에 넣을 수 있을까?

양말을 예쁘게 벗어놓으라고 아무리 말해도 뒤집어서, 말아서, 옷 속에 숨겨서 마구 벗어 놓는다. 대체 얼마나 잔소리를 해야 바구니에 양말을 착착 넣을까? 양말을 벗는 순간부터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해도 바구니 옆에 툭 던져 놓을 것이 뻔하다. 녀석들의 허술함과 장난기, 무관심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책상 정리 좀 해. ”라고 말해도 사흘이 뭔가, 하루만 지나면 다시 원상 복구가 된다.

책은 읽고 책꽂이에 꽂아야지. 모르는 가족이 없지만 방바닥에 책 징검다리가 없는 날이 없다.

아이들이 꼬마일 때 잘 보던 곰곰이 동화책이 생각난다. 곰곰이는 정리를 잘하는 어린이 곰이다. 책은 책꽂이에, 옷도 제자리에, 장난감은 장난감 함에 잘 정리했다. 곰곰이는 쓰레기 분리수거도 잘하는 어린이였다. 아이들은 곰곰이 책을 모두 좋아했는데, 엄마가 열심히 정리 동화책을 읽어줬다고 아이들이 정리 잘하는 어린이가 되는 건 아니다.

생각해 보면 양말 세탁 바구니에 양말을 벗어놓는 건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넣는 것처럼 아주 간단한 일인데 다시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선포를 하고 지키기를 독려하고 감시하려니 생각만 해도 진이 빠진다.

‘여보 나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봐요. ’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세탁의 세계에 관심을 보이는 남편이 장해서 양말 바구니를 물색해 보고 있다.

양말 전용 세탁 바구니 활용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제도의 완성은 언제 이루어질 것인가?




우리에게는 양말 전용 세탁 바구니가 생겼다. 그저 안 쓰는 세숫대야 하나를 세탁 바구니 옆에 갖다 놓았다. 빨래 바구니에 마구 뒤섞여있는 양말을 세숫대야에 모았다 한 번에 넣어 빤다. 양말 전용 세탁 바구니가 없을 때 보다 양말이 짝을 잃는 횟수가 줄었는지는 모르겠다. 꾸준히 짝짝이 봉지는 크기를 키워가고 있다.(얼마전 캔버스 가방에서 재활용 쓰레기 봉투로 크기를 키웠다) 완벽한 성공으로 가는 길은 아니지만 양말을 모았다 한 번에 빨 수 있어 편리하다. 양말은 이틀에 한 번 빤다. 양말이 없어서 헤매는 횟수는 확실히 줄었다.


의견의 전부를 수용하지 않아도 괜찮다. 일부 받아들임도 상대방은 받아들인 것으로 인식한다. 장점만을 콕 집어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작은 생각도 모이면 힘이 된다.


무조건 안 된다 생각지 말고 우선은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를 가지자. 나는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나는 살림 비전문가 남편의 의견도 존중할 줄 아는 멋진 주부다! (내 자랑이 너무 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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