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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차 방어

by 눈항아리 Feb 26. 2025

빨래의 시간차 공격에 대항한 반격, 우리는 시간차 방어를 한다.

“얘들아, 빨리 안 개면 건조기의 빨래가 나온단 말이야. 그러니까 나오기 전에 빨리 개 줘. ”

복이의 빨래만 남겨둔 상황이었다. 복이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복동이는 자신의 빨래를 다 갰다며 동생의 옷을 나 몰라라 한다.

“복동아 그럼 다음 빨래 한 무더기를 더 갤 테냐? 그전에 사진을 찰칵 찍으면 건조기의 빨래는 내일로 미룰 수 있단다. ”

빨래 개기를 시키는 엄마의 방법이 진화하고 있다. 하하하. 복동이는 건조기가 다 돌아가기 전에 얼른 동생의 빨래를 둘둘 말아 가지고 사라진다. 어떻게 정리했는지는 확인하지 않아도 뻔하다. 살짝 눈감아 주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나란 엄마.

작은 빨래 위에 큰 무더기 하나 더 쌓이는 것이 무슨 문제겠는가. 그런데 빈 소파를 단 5분이라도 만들어 보겠다고 아이들을 쪼고 있다. 무슨 억지인지 모르겠다. 소파 사진은 복동이에게 얼른 찍어 보내달라고 했다. 이건 사진을 찍기 위한 것인지 빨래를 개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에겐 집안일을 했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지난번엔 세탁기와 건조기에게 시간차 공격을 당했으니 이번에는 거꾸로 시간차 방어를 해 보는 거다. 공격과 방어, 주고받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세상이 나에게 내려주는 시련을 받기만 할 필요가 있을까. 때로는 요리조리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면 허점이 발견되기 마련이다. 그 틈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오용하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무너질 수 있다. 그래도 가끔 한 번씩은 괜찮다. 복동이에게 복이의 옷을 잘 개켜 서랍장에 차곡차곡 넣었는지 묻지 않은 것처럼, 가끔 시간차 방어도 눈감아 주시오, 빨래님.




빨래 개기의 가장 중요한 점! 퇴근 후 한 번만 빨래를 갠다. 그 후에 나오는 빨래는 소파에 다시 쌓인다. 다시 쌓인 빨래에게 마음 쓰지 않는다. 다음 날로 넘긴다. 아이들도 좋아하는 규칙이다. 조삼모사 같으나, 규칙을 정하니 집안일 멈춤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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