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빨래가 돌아간다. 가족들의 게임기도 돌아간다. 둘 다 풀가동이다. 기계님들 바쁘시군요. 게임 준비를 하는 가족들의 손도 바쁘다. 소파 위를 사수해야 그들도 게임을 할 수 있다.
장 보러 나갔다 온 사이 소파가 깨끗해졌다. 남은 빨래를 복실이가 개고 있다. 자신의 빨래를 스스로 갠다! 군소리 없이 끝까지 빨래를 갠다. 대견하다. 바닥에 쏟아낸 모두의 빨래가 없어졌다.
복동이 대표가 소파 사진까지 알차게 찍어 나에게 문자로 보내준다. 사진을 찍기 전에 건조기 속 빨래가 나온다면 큰일이다. 처음부터 다시 개야 한다. 날 위한 빨래 개기가 아닌데 선물을 받은 것 같다.
가족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최대한 빨래 개수를 줄였다. 낮 동안 이불 빨래와 커다란 외투 빨았다. 잠자기 전에 내일 당장 입어야 할 한 무더기의 빨래가 세탁실에서 나와 소파를 차지했다. 종일 엄마의 배려로 빈 소파에 앉아 있었다는 것을 가족들은 알까? 아마 게임하느라 정신이 없어 생각도 못 했겠지?
팔 아픈 주부를 위해 애써주고 있는 가족들에게 고맙다. 집안일은 안 하고 잔머리만 굴리느라 주부도 고생 많았다.
새벽의 빨래방은 우렁찬 기계음으로 가득하다. 어둠 속에서 작고 시퍼런 불빛을 밝히고 세탁기도 건조기도 풀가동 되고 있다. 세탁은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다. 난 버튼만 누른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일한다. 그들이 밤낮없이 일해주는 덕분에 우리가 일상을 살아간다. 평소에는 잘 못 느끼던 기계의 고마움을 새삼 느껴 본다.
어제 달복이가 그랬다. “엄마 고마워요. 우리에게 많이 주셔서요. ” 잠자기 전, 아이의 뜬금없는 소리가 무슨 말인가 했다. 가족들도 주부의 일들을 대신하면서 어렴풋하게나마 나의 빈자리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평소에는 몰랐던 주부의 빈자리. 주부가 손을 놓아야 빈자리가 느껴진다. 그러나 매일 집안일을 해도 빈자리가 안 생긴다는 사실은 주부에게 정말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주부는 세탁실의 기계처럼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한다. 즐거운 일도 있겠지만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들이 대부분이다. 주부가 있어 우리의 일상이 가능하다. 이런 것을 자화자찬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대단히 장하고 귀한 존재다!
세상 곳곳에서, 그늘진 곳, 가장 낮은 곳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누군가가 있어 우리가 살아갑니다. 어두운 밤, 이른 새벽, 하루 종일 언제든 우리를 위해 어딘가에서 작은 빛을 내며 일해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덕분에 오늘을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