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실이와 달복이 둘만 태우고 집에 왔다. 빨래는 셋이서 개야 하지만 꼬마 둘은 야식을 먹느라 바쁘다. 큰 아이들이 없으니 컵라면에 물 부어줄 사람이 엄마 밖에 없다. 전기 포트에 물 끓이는 간단한 일을 아직 5학년 달복이가 할 줄 모른다. 물을 담으랬더니 전기포트 샤워를 시킨다. 복이와 복동이의 빈자리가 느껴진다. 꼬마들의 자잘한 시중을 큰아이들에게 얼마나 떠넘기고 있었는지 새삼 반성했다. 전기 포트는 바닥까지 물에 담그기 전에 다행히 구해냈다. 육개장 사발면 하나의 물양이면 족한데 전기 포트 최대 높이까지 물을 채우고 있었다.
아이들이 배를 채웠다. 나는 홀로 빨래를 정리했다. 다행히 빨래는 몇 개 없다. 마지막 양말 짝은 복실이가 맞춰준다. 저희들 입에 들어가는 음식도 잘 챙겨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집안일에 손을 보탠다는 건 생각해 보면 참 장한 일이다.
그러나 또 한 번 큰 아이들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아빠 옷을 서랍장에 넣어 달라고 했는데, 달복이와 복실이는 어느 위치인지 모른다. 위에서 오른쪽 위에서 몇 번째칸, 왼쪽 아래 몇 번째 칸인지 일일이 지정해 알려줘야 한다. 복이와 복동이는 모르면 모르는대로 알아서 대충 넣는다.
큰 아이들이 돌아왔다. 소파는 깨끗했다. 새로 돌린 세탁기는 다 돌아갔다. 복이는 당장 내일 입어야하는 빨래가 있다고 알려준다. 늦은 밤이지만 빨래를 한 번 더 돌려야 한다.
가족들이 모두 집에 돌아왔다. 빨래를 잔뜩 입고 돌아왔다.
아침의 소파에는 세 무더기의 빨래가 또 쌓였다. 가족들은 저마다 소파에서 옷을 찾아 입는다. 빨래 정리를 줄이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다. 옷장보다 소파에서 옷을 찾는 게 더 빠르기 때문에 소파를 뒤지는 건지도 모른다. (옷장은 때때로 열어보면 뒤죽박죽이다.) 가족들의 손길이 매우 거칠다. 좀 살살. 소파 위의 빨래는 몇 번 뒤지고 나니 엉망이 되었다. 오늘 저녁엔 모두 모여 빨래를 개야겠다. 세 무더기는 양이 많다. 우리는 모였을 때 더욱 막강한 가족이다. 모두 모였을 때 빨래 양도 막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