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연설

원팬파스타에는 무슨 간장?

by 눈항아리
얘들아 간장은 말이야.


화요일 아침, 원팬파스타를 했다. 월요일 밤 12시가 다 되어 야식으로 파스타를 끓여 먹으려는 아들들을 말렸다. 아침에 끓여주마 했다. 그렇다고 청소년 어린이들이 야식을 안 먹었을까. 과자도 먹고, 메밀전도 먹었다. 단 것을 줄줄이 달아 먹었다. 남편이 피곤해 먼저 잠이 들었다. ‘아빠 좀 재우자 얘들아.’ 주방에 덜그럭 거리는 소리만 좀 내지 말아 달라 부탁했다. 그러니 아침이 좀 부산스러워도 어쩔 수 없었다.


토마토 통조림을 땄다. 벌건 토마토를 넓은 팬에 통째로 부었다. 통조림에 물을 대충 하나 채워 부었다. 싱크대 위에 누군가 올려놓은 간장을 한 술 넣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한 숟가락 넣었다. 넣고 보니 국간장이다. 앗차! 어쩔 것인가. 이미 뻘건 토마토 국물 안에 형체도 없이 스며든 국간장을... 속으로 국간장 꺼내놓은 사람 탓을 한 바가지 했다. 그리고 나머지 재료를 하나의 팬에 계속해서 넣었다. 원 팬이니까. 이제 나도 베테랑 원팬파스타 요리사! 소금 1 작은술, 설탕 1 큰술, 마늘, 버섯을 넣었다. 보글보글 끓길래 면을 넣고 버터 조각을 넣었다. 이제 10분만 끓이면 된다. (포인트! 10분 동안 어디 가지 말고 앞에서 지키고 서서 가끔 저어줘야 한다. 잠깐 책상에 갔다가 탈 뻔했다.)


거하게 일 인분 만들어 여섯 명이서 나눠 먹었다. 5분 더 끓일 것을 그랬다. 면이 딱딱하다.

참고 사진 :어느날 저녁의 원팬파스타// 로제 시판 소스 +토마토통조림

국간장을 싱크대 위에 꺼내 놓은 사람은 누굴까? 남편이 뒤늦게 밥을 먹으러 와서 이실직고하였다. 어묵탕에 국간장을 넣었다는 것이다. 어묵을 끓인 것은 일요일이니 통과, 국에 국간장을 넣었으니 통과.


그럼 어묵을 찍어 먹은 간장 소스는 무슨 간장으로 만들었을까? 양념간장을 만든 복이가 양념통을 뒤져 자신이 쓴 간장을 들어 올린다. 다행이다. 엄마보다 똑똑하구나 아들아. 조림간장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어묵탕을 먹던 날은 일요일 저녁이고 월요일 아침 설거지를 하며 싱크대 위를 다 정리하고 나갔다. 엊저녁에는 그러니까 간장이 조리대 위에 올라와 있으면 안 되었다. 누구의 소행일까? 범인을 추정해 보자면 어젯밤 파스타를 해 먹으려던 복동이의 소행이 분명하다. 끓이려고 준비하며 무심코 손에 잡히는 간장을 꺼내 놓은 것일 테다.


그리고 일요일 저녁 복동이는 분명 간장을 정리했다. 양념 수납장에 간장병을 넣다가 간장을 엎질렀다. 볶을 때 쓰는 조림 간장이었다. 간장이 추락하며 뚜껑이 열려 주방 바닥을 까맣게 물들였다. 간장 바닥에서 첨벙거리던 간장통을 구출해 내 뚜껑을 닫고 수돗물에 씻었다. 물에 건져 한쪽에 치워두고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했던 조림 간장. 그리하여 복동이의 손에 잡힌 통이 조림 간장이 아닌 국간장이었던 것이다.


국간장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된 과정을 유추해 보았다. 유추해 봤자, 파스타에는 이미 들어간 국간장이다. 이미 여섯 명의 뱃속에 골고루 나뉘어 들어간 국간장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토마토 원팬파스타에 국간장도 괜찮았다. 원래 국간장 레시피인 걸까? 원팬파스타는 흥건한 국물에 푹 끓이니까 국으로 분류할까? 나중에 국물이 없도록 졸일 수도 있으니 조림으로 분류할까?


엄마 : 복동아, 파스타 맛있었어? 간장 맛이 어땠어?


복동 : 맛있었어. 간장 맛 안 났는데?


엄마 : 엄마가 네 덕분에 국간장 넣었잖아. 국간장 어젯밤에 네가 꺼내놨지?


복동 : 응. (황당한 표정을 하며)


엄마 : 파스타에 국간장 넣어도 되나 봐. 맛있었다니 됐네. 다음엔 아무 간장이나 넣어야겠다.


복동 : 원팬파스타 레시피 여러 곳 찾아봤는데 조림간장 넣으래. 그래야 간장 특유의 맛도 안 나고 감칠맛이 살아난다는데?


원팬파스타의 간장은 조림 간장


엄마 : 엄마는 국간장 넣었는데도 맛있잖아. 엄마의 요리 솜씨가 뛰어난 덕분일까?


엄마 : 복동아 그런데 파스타는 국 아닐까?


복동 : 아니야 조림이지. 그러니까 조림 간장을 넣지.


엄마 : 얘들아 모두 잘 들어! 국에는 국간장, 조림이나 볶음에는 조림간장.


복이 : 엄마 그런데 양조간장은 뭐야?


엄마 : 양조간장은 양쪽 모두 사용해도 되고...


복이 : 엄마 진간장은 뭐야?


엄마 : 그게... 진하니까 조림에!


에구구 간장 공부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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