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기적이 이루어지고 있나 점검해 본다. 쌓이는 것은 늘 같다. 하루의 절반은 빨래가 있고 하루의 절반은 빨래가 없다. 성과 중 하나는 빨래를 꼭 개겠다고 마음먹은 일이다. 매일 꼭 해야 하는 일로 빨래 개기가 정해졌다.
나의 결심은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남편도 동참하게 되었고 아이들을 불러 모으는 일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자신의 빨래를 개는 일은 아직도 소극적이기는 하다. 아이들도 자신의 빨래는 자신이 갤 줄 알게 되었다. 간혹 제시간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옷을 개서 놔두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옷인 줄 알고 서랍장에 정리를 한다. 가족이 집안일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공인지도 모르겠다.
愚公移山
우공이산
무모해 보이는 일일지라도 꾸준히 열심히 하면 이룰 수 있다. 어떻게? 우매한 노인의 고집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한다.
우공의 태산을 옮기는 마음으로 빨래 개기에 임했다. 어찌 보면 어리석은 일인 것 같기도 하다. ‘해서 뭐 하게? 또 쌓일 것을.’ 이런 비관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래봤자 다른 곳에 또 쌓이겠지.’하며 부정적인 생각도 자주 했다.
그러나 매일 퇴근 후 바로 빨래 개기가 습관이 되어가고 가족들이 거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빨래 개기가 수월해지고 빨라졌다. 퇴근 후 지친 몸으로 대하는 빨래 산은 태산과 같은 큰 산이었는데 여럿이 모이니 작은 산이 되고 언덕이 되고 이야기꽃 피어나는 빨래터가 되었다. 때로 그곳은 전쟁터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왁자지껄한 삶이 묻어나는 곳으로 재탄생했다.
하루 최대 20분 집안일 투자로 빨래 산을 매일 없앤다. 가족의 협력을 얻어냈다. ‘함께’의 의미를 다시금 알게 되었다. 가족 구성원 개개인은 자신의 옷 정리쯤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이 결과가 나의 결심 하나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그러나 자신의 일이 아닌 것, 다른 사람의 옷을 개는 것, 또는 공동의 일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모두의 일을 모든 구성원이 억울함 없이 함께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
주부는 집안일의 분배, 평등의 문제를 고민한다.
사회는 부의 분배와 평등을 고민한다. 분배와 평등은 인간의 긴 역사를 통해 많은 지식인들이 풀고 있는 심오한 문제다.
나는 오늘도 대단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하하. 겁먹지 말고 전쟁터가 되었다고 열불 내지 말고 차분히 알았지?
빨래를 개면서도 소중한 가치를 아이들에게 전수해 줄 수 있으니 엄마라는 사람은 머리를 굴려 지혜를 짜내야 한다. ‘함께라는 가치를 아이들에게 전해주기’ 이것이 나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