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이는 겨울날 입는 두꺼운 패딩이 봄날의 얇은 패딩과 동급인 줄 안다. 초등학생 때는 세탁실에 내놓으라고 해도 못 들은 척, 안 들은 척, 안 들리는척하던 녀석이다.
“엄마 이거 빨아야 하지 않아요? ”
세월은 흐르고 강산은 변하고 아이는 자란다. 언제 뭘 흘렸는지 모르지만 자꾸 빨래를 종용하는 그의 언어에 나는 몇 번의 인내를 발휘하였으나 끝내 사건으로 터지고 말았다.
터지고야 말았다.
복이가 패딩을 터뜨려 왔다. 부푼 풍선은 작은 구멍 하나에도 쪼그라든다. 패딩은 작은 구멍 하나에 쪼그라들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구멍 하나의 위력은 대단했다. 날이 추워 온풍기 바람을 강으로 해 놓은 탓에 내가 서 있는 자리에는 훈풍이 세차게 불어오고 있었다.
“엄마, 이거 빨 수 있어요? ”
아이가 내민 팔에서 하얀 솜이 퐁퐁퐁 솟아나고 있었다. 따뜻하고 강력한 바람을 타고 작은 구멍에서 몽글몽글 솟아나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훠이 훠이 흩날렸다. 솜털 뭉치가 흩어지며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온갖 고난과 시련과 수난에 강력한 멘털을 장착하게 된 나는 그런 와중에도 작고 새하얀 솜털 생성기를 막기 위한 방법을 이리저리 찾았다.
찾았다!
테이프!
그러나 내가 붙여준 테이프는 마음에 안 드는지 떼어 버리고 복이는 직접 테이프를 뜯어 ‘엑스’ 자로 붙였다. 그러곤 또 하는 말,
“엄마 이거 빨 수 있어요? ”
“오늘은 이렇게 입고 다니고 수선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
그렇게 인터넷을 뒤져 패딩 자가 수선 패치를 찾아 주문했다. 패딩 수선은 처음 도전해 본다.
늘 새로운 도전을 하게끔 만들어주는 나의 아이에게 감사를 보낸다.
복아 그런데 구멍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뚫은 거냐? 하긴 세상에 뾰족한 게 좀 많은가. 뚫은 건지, 뚫린 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수선 후 잘 빨아서 복이에게 전달해야겠다.
“복아 엄마가 잘 빨아줄게. ”
세탁기는 패딩도 잘 빤다.
지퍼를 모두 채운 후 세탁망에 넣고 섬세로 돌린다. 중성세제를 이용한다. 헹굼은 여러 번 반복한다. 건조기에 섬세로 돌려서 꺼낸 뒤 건조대 선반에 펴서 말려준다. 패딩이 뚱뚱하지 않다면? 건조기 이불 털기 코스로 한 번 돌려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