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저녁운동 실내자전거 20분

by 눈항아리

주말이라고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배가 안 꺼진다. 배가 꺼져야 운동을 할 텐데. 기다리며 앉아서 책을 펴 놓고 간식을 먹었다. 오늘따라 간식이 풍년이었다. 지난밤 마트에서 공수해 온 간식, 오랜만에 집에 오신 친정아버지가 박스에 담아 온 과자, 마트에 들러 또 사 온 아이스크림까지 흥겨운 간식 마당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양이 많아 감춰놓을 새도 없이 거실에 한쪽에 쌓였다.


편안하게 앉아 손에 집히는 대로 봉지를 뜯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두 봉의 과자가 뱃속에 들어가 있었다. 이런! 입이 너무 달달하고 바짝바짝 말라 시원한 하드로 입가심을 하고선 배가 안 꺼진다 푸념을 했다. ​안 보이면 안 먹을 수 있었는데 참 아쉽다.


저녁을 지나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숲 속에 숨겨진 달이 까만 하늘로 떠올랐다. 둥근달은 구름 뒤에 숨었다 보였다 반복했다. 달복이는 깜깜해진 하늘에서 움직이는 달을 보며 일기를 쓰고 있었다. 서서히 위치가 바뀌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달복이가 일기를 쓰는 동안 달은 동창에서 사라졌다. 까만 창 속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어둠과 작은 가로등 하나뿐이다.

바깥이 보이지 않는다. 고요하다. 보이지 않으니 보지 않는다. 달도 없어진 하늘, 가로등은 움직임 없이 온 세상을 비추기에는 너무나 작다. 새벽에 달리다 밤에 달리니 안과 밖, 밝음과 어둠이 바뀌어 버렸다. 집안에 등을 환하게 밝혀서 그렇다. 영 어색하다. 밝음과 더불어 온갖 소리가 몰려든다.


아이들 넷이 모두 각자의 자리를 잡고 있다. 방에 들어간 아이들의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주방에서 금방 라면을 끓여 온 복이의 소리가 가장 크다. 후루룩 소리, 쩝쩝거리는 소리, 그릇 소리, 젓가락 소리가 들려온다. 텔레비전 리모컨 소리를 올리는지 드라마 속 싸우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온다.


살아있는 집의 소리. 새벽의 어둠 속에서 잠잠하기만 하던 집안은 빛이 있어 살아있는 것 같다. 빛이 있어 우리는 생기가 도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보이니 모두 보이고 모두 들린다.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생기 넘치는 온갖 소리에 집중하며 홀로 달리는 나는 정신이 사납기만 하다.




좀 더 라이딩에 집중하고 싶다. 가상 라이딩의 세계에서도 방법이 있다.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달리면 된다. 페달을 밟는 힘에 따라 숫자가 달라진다. 숫자를 보면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든다. 휙휙 지나가는 건물, 사물을 보며 속도감을 느낀다. 앞서가는 사람을 보면 따라잡고 싶다.

기울기 표시만 될 뿐 내 자전거에는 반영이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경사도를 나타내는 숫자가 커지면 왠지 힘이 든다. 높이 반영이 안 되는데 이상하다. 화면 속 느려진 내 분신을 보면 현실 속 내가 괜히 산을 오르는 듯한 착각이 들곤 한다. 나는 계속 같은 힘을 내며 페달을 굴리고 있지만 굉장히 힘겹게 산을 오르는 것 같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다리를 더욱 힘껏 움직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화면을 보지 않고 있으면 산을 오르는지 경사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 나는 같은 속도로 비슷한 움직임으로 페달을 밟을 뿐이다.



보이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먹는 것은 보이지 않게 치우자. 거실 등을 좀 어둡게 하고 외등 하나를 켜보는 건 어떨까? 가족들이 모두 있는 시간에는 운동에 집중하기 위해 핸드폰 화면 말고 큰 화면을 이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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