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을 찍다 아침 숲의 기운을 받았다

아침운동 실내자전거 30분

by 눈항아리

사진을 찍으면 늘 구도에 신경 쓰게 된다. 수평을 맞추고 하늘을 얼마나 노출할 것인지 어느 각도에서 찍을 건인지 정해야 한다. 눈으로 찍는 풍경 사진은 그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저절로 상이 망막에 맺히는데도 꽤 안정감 있게 사진 속에 담긴다.

오늘의 풍경 사진을 찍는다. 중심을 무엇에 놓을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구도는 늘 같다. 자전거에 앉으면 창 틀이라는 액자를 하나 놓으니 구성만 잘 챙기면 된다. 그럼 오늘의 풍경 사진을 찍어볼까.

하늘은 먼 위쪽에 있고 산은 땅 아래로부터 위로 솟구치며 개울은 도로 아래로 푹 꺼져 있다. 개울가 다시 솟아난 작은 둔덕을 지나 평평하게 밭이 펼쳐져 있고 아스팔트 좁은 진입로를 지나면 작은 마당이 나타난다. 다시 산을 만드는 경사로를 따로 비탈을 조금 오르면 작은 잔디밭이 나온다.

멀리 까마득한 하늘을 배경으로 가져온다. 하늘 아래도 소나무 숲이 병풍처럼 세운다. 구도의 중심에는 가드레일로 가려진 도로가 자리 잡았다. 빨간 픽업트럭 하나가 천천히 지나간다. 산불 감시 차량인 듯 천천히 달린다. 하천 길을 따라 난 도로는 잠시 후 구불구불 가파른 산길로 이어지지만 창틀이라는 풍경 사진에는 담을 수 없다. 도로 아래로 푹 꺼진 개울물 또한 보이지 않는다. 개울이 얼마나 깊은지 얼마나 넓은 지도 알 수 없다. 단번에 눈은 하천을 건너뛰었다. 소하천을 건너 솟아난 작은 둔덕만이 보일 뿐이다.

그림을 그릴 때 손을 그리기 힘들었다. 손가락을 표현하기 힘들면 주먹으로 동그랗게 손을 표현한다. 두 손을 맞잡아 가지런히 포개 놓거나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기도 한다. 가장 많이 쓰던 방법은 손을 허리 뒤춤으로 숨겨버리는 방법이다. 풍경 사진도 표현하기 귀찮고 애매한 것은 숨겨버리는 꼼수를 알고 잘 사용하는 것 같다.

개울을 따라 솟아난 작은 둔덕을 지나면 평평한 들판이 펼쳐진다. 밭에는 겨울을 난 대파가 자라고 있다. 수평이 되는 중심선 도로에서 3 분할해 첫 번째가 밭, 두 번째가 시멘트 마당, 세 번째는 잔디 마당이다. 잔디 마당은 단을 쌓아 올린 것 같은 바위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산비탈에 바위를 얹은 것일 수도 있다. 바위는 역시 보이지 않고 나의 작은 잔디 마당만 보인다. 밀빛 잔디밭에는 초록 쑥이 올라오고 있다.

풍경 사진 찍기 참 힘들다. 세세하게 구도 잡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그 어려운 걸 단번에 한 치의 오차 없이 이루어 내다니 참 대단한 녀석이다. 똘똘한 녀석. 대체 누구? 나의 눈을 칭찬하는 아침의 소소한 운동 시간이 참 쑥스럽다.

겨우내 칙칙하던 소나무의 초록이 생기를 더한다. 나무숲 사이로 우거진 잡목은 어린 나뭇가지의 여리고 흐릿하고 희뿌연 나무줄기 색으로 잘 보이 않았다. 봄소식에 연둣빛 새싹이 올라오자 큰 나무 사이에 낀 어린 나무는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멀리서는 안 보이지만 숲은 점점이 핀 진달래를 품고 있다. 하얀 분홍 산벚꽃도 품고 있다. 오늘 산이 눈에 들어온 이유는 자전거에 오르면 눈의 정면에 산이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 핀 진달래를 며칠 오가며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흐릿한 하늘에 떠오른 태양이 오늘은 하늘 전체를 덮은 구름 때문에 존재감이 옅어졌기 때문이다. 늦게 일어나 하늘이라는 풍경 속 오른쪽 상단에 머물렀던 태양이 풍경 밖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나의 숲 앞쪽으로는 여러 개의 전봇대가 까만 줄을 늘어뜨리고 서 있다. 나무보다 굳건하고 든든하게 서 있다. 숲과 절대 어울리려 들지 않고 자연 속에서 남다르게 바쁜 척을 한다. 그리고 늘 혼자만 튄다.

어깨에 힘을 좀 빼라. 좀 어울려 보아라.

창을 열었다. 어깨에 힘을 빼고 팔을 교차로 앞뒤로 흔든다. 양팔을 나란히 앞뒤로 움직인다. 열린 창으로 신선한 숲 속의 아침 기운을 듬뿍 받았다. 작은 나무에서 파릇하게 올라오는 연두의 기운이 잔잔한 바람결에 실려 왔다. 아침의 생생한 자연이 세상이 열린 창을 통해 나에게까지 날아왔다. 산언저리 어느쯤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부터 마당의 하늘을 퍼덕거리며 나는 작은 참새, 이름 모르는 새가 일으키는 날개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나의 열린 창 촘촘한 방충망 철망 사이를 비집고 아침의 활기가 도착했다. 아침 숲의 기운을 잔뜩 받아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팔을 앞뒤로 더욱 세차게 움직였다. 손끝에 쌓이는 숲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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