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운동 실내 자전거 20분
벽면을 채운 창틀 안의 풍경을 매일 보며 달린다. 창은 너른 세상을 볼 수 있는 통로다. 창은 내 눈이 되어준다. 바뀌지 않는 정해진 크기의 창문이다.
나는 가만히 여기 서서 발만을 구르며 나아가지 않는다. 창문 안에서 보는 세상은 한결같다. 정지된 산과 들, 하늘, 가로등과 전깃줄, 건물, 나무, 시멘트 마당, 주차된 차. 나의 아침은 매일 같이 어둠을 물리고 태양이 떠오르며, 이슬이 풀잎에 맺히고 새가 지저귀는 그런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것 같은 고요한 시간이었다.
오늘은 뭔가 달랐다. 풍경 속에 인물이 하나 들어있다. 풍경화가 인물화가 되는 건 한순간이다. 존재감이 남달라 도저히 아침 풍경 속 등장인물 정도로 치부할 수 없다.
새벽 기상을 시작한 남편은 이제 잘 일어난다. 어제는 올해의 목표를 정했다며 나를 불러 세웠다. 뜬금없이 4월에 무슨 목표일까? 집과 가게 마당에 자라는 잡초를 깨끗이 정리하는 게 한 해 목표라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 집 주변부터 깨끗이 정리하겠다고 했다. 남편의 목표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그리고 그는 활동적이다.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 바로 마당이라는 풍경 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행동반경은 나의 창틀이라는 풍경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 다 보인다 다 보여. 그는 나무를 자른다. 나무를 가르는 톱날의 거대한 소리가 온 숲에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잡초를 없앤다더니 뭘 또 만드는가 보다.
나의 자전거 풍경 속으로 들어온 나무 자르는 소리는 빼꼼 열어둔 세탁실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왔다. 세탁기 소리와 합쳐져 아침을 울리는 소리가 굉장하다. 때마침 소나무 숲 위로 빛나는 태양이 떠오른다. 오늘은 굉장한 하루가 될 것 같 것 같다. 빛과 소리가 합쳐진 웅장함이 귀를 통해 훅 날아들어와 가슴을 울려댔다.
남편이 매일 일찍 일어나면 밭에서 마당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모두 볼 수 있겠다. 나의 창에 새로움이 추가되었다. 나를 자극하는 남편의 실행력, 행동력에 박수를 보낸다. 부럽기도 하다. 실내에서 정지된 자전거를 타면 가끔 가짜 운동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운동에 몰입해 더욱 빠르게 다리를 움직였다.
‘나는 진짜 운동하는 사람이다. 빠샤! ’
(빠샤는 나의 굳은 의지의 강력한 표현이다. 표준어가 아니라고 하나 그 보다 더 적당한 어휘를 찾지 못했다. 빠샤!)
나의 평온하고도 장엄하였으며 또한 홀로 여유로웠던 아침의 시간은 어디로 간 것인가. 우아하고 고아한 한 마리 학과 같던 나의 날갯짓이 오늘은 재잘대는 참새의 성급한 날갯짓 같다. 아~정신 사납다.
해가 더욱 높이 떠오른다. 동향이라 좋다 했더니 태양 광선이 눈으로 바로 들어온다. 직사광선을 피할 방도를 찾아야 할까? 선 캡을 하나 써야겠다. 안면을 다 가리는 까만 선 캡. 태양은 눈부시다. 역시 존재감이 남다는 태양이라는 녀석.
오늘도 나를 깨우는 아침의 태양이 밝았다. 부산하고 웅장하며 생동감 있는 우리의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