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국에 김치가 빠졌다. 복실이와 나는 달복이의 눈치를 보다가 곧바로 시선을 거두었다. 우리는 비밀 눈짓으로 서로의 두 눈을 맞추고 반달눈을 만들어 살짝 웃었다. 실실 웃었다. 웃음을 참았다. 소리가 안 나도록 노력했다. 식판을 내려다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달복이가 알아채면 곤란하니까.
우리의 비밀스러운 배려로 된장국에 김치가 빠졌다는 사실을 달복이는 몰랐다. 달복이는 눈을 감고 고구마를 음미하고 있었다. 사실은 아침 식사 중 머나먼 꿈나라에 가있었는 지도 모른다. 멀리 뛰어가느라 고구마가 콱 목을 막으면 아니 된다. 잠자다 저도 모르게 고구마가 목구멍으로 꿀꺽 넘어가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된장국 국물 한 숟가락을 퍼서 먹여주었다.
김치 맛이 아주 조금 첨가되었으니 모를 거야, 모를 거야. 그냥 된장국 맛이지. 그렇지?
눈 감고 밥을 먹는 달복이를 위해 눈이 되어주고 손이 되어 주는 친절한 나, 밥 한 숟가락 떠서 달복이의 입에 넣어주었다. 반찬으로 김치 한 조각을 또 넣어 주려고 젓가락을 들었다. 된장국에 빠진 김치를 건져 올렸다. 그리고 된장국에 빠진 그 김치로 달복이의 입술을 살살 두드렸다. 감고 있던 눈은 그대로였지만 닫혀 있던 입이 살짝 열렸다. 입술과 입술 사이 작은 틈새로 얼른 ‘된장국에 빠진 김치’를 집어넣었다.
Nice! Yes! 잘했어! 복실이와 엄마는 승리의 눈빛을 교환했다.
된장국에 김치가 빠지던 날 달복이는 아무것도 몰랐다. 제가 먹은 김치가 김칫국에 빠진 것인지 된장국에 빠진 것인지.
된장국에 빠진 김치는 된장국 맛이 났을까 안 났을까. 김치 빠진 된장국은 김치 맛이 났을까 안 났을까.
잠시 후 정신이 돌아온 달복이는 허겁지겁 밥을 펐다. 한 숟가락에 남은 밥을 모두 몰아서 꽉꽉 눌러 담았다. 그리고 삽 한 자루를 손에 쥔 듯 힘차게 대형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다. 거대한 밥이 입 안으로 한꺼번에 빨려 들어갔다. 식판의 밥이 순식간에 없어졌다. 시간이 모자라면 달복이가 자주 이용하는 방법이다.
다만 달복이도 생각지 못한 맹점이 있었으니, 입 속에 들어간 밥은 없어질 줄 모른다. 양 볼이 가득 차 씹을 수 없다. 양 볼이 다람쥐보다 볼록하다. 팽팽하다 못해 고무줄처럼 늘어난 뺨이 빵빵하다. 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볼살을 강제로 잡아 쭉 늘려 풍선 바람을 넣어 놓은 것 같다. 밥 한가득을 넣고도 웃는 상이다. 입가는 당겨지고 늘어지고 팽팽한 주름 이 가득하다. 친근한 동네 아저씨 스타일, 노란 얼굴 만화 캐릭터 ‘보거스’ 같다. 입 속에 빈틈이 없다. 얇은 김 한 장도 더 넣을 수 없다. 반찬을 넣을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다. 달복이는 반찬을 먹기 싫을 때도 이 방법을 쓰는 것 같다.
된장국에 김치가 빠지던 날 달복이는 또 ‘보거스’가 되었다. 복실이랑 보거스를 검색해 보고는 우리 둘이 막 웃었다. 달복이에게도 보거스를 보여주니 허허 웃는다.
다만 된장국에 김치가 빠진 건 복실이와 나만 아는 비밀이다. 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