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이가 하늘이 예쁘다고 했다

by 눈항아리

복이가 하늘이 예쁘다고 했다.


서쪽 산 등성이는 북에서 남쪽으로 뻗어 있다. 남에서 북쪽으로 뻗었는지 북에서 남으로 뻗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하늘과 맞닿은 산허리의 곡선의 장엄함 사이로 구름이 경계 없이 노닌다.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선은 수평선이라 부르고 하늘과 땅이 만나는 선은 지평선이라 부른다. 수평선과 지평선은 모두 직선에 가까운 선이다. 그러나 하늘과 산이 만나는 선은 산의 모양에 따라 달라진다. 구불구불 굴곡진 산의 높이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 선을 땅과 하늘의 경계인 지평선에 포함시켜 부르기에는 알맞지 않아 보인다. 그럼 하늘과 산이 만나 이루는 선을 뭐라 부르면 좋을까 생각하며 찾아보니 군사 용어로 ‘공제선’이라는 단어가 있다. 정말 군사적인 언어다. 딱딱하고 아름답지 않은 언어다. 그냥 하늘과 능선이 만나면서 생기니 ’ 하늘능선‘ 뭐 이런 아름다운 언어를 좀 많이 만들면 좋으련만.


아무튼 우리는 산과 하늘을 보며 달린다. 하늘의 변화에 따라 산의 색깔은 선명하기도 흐릿하기도 하다. 비가 오거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산은 자취를 감추기도 한다. 때로는 구름이 만드는 그늘을 산이 품어준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시계가 좋아 먼 산의 연둣빛이 보일 듯 말 듯 초록빛이 더욱 도드라진다. 그날은 그런 날이었다. 하늘은 파스텔톤 연하늘색, 연한 구름이 둥실 떠다니고 먼 하늘과 만난 능선이 또렷이 보이는 날이었다. 7번 국도를 올라타면서 바로 서쪽 하늘과 맞닿은 산허리를 훑으며 눈에 담는다. 산에서 뻗어 내려오는 실개천의 물결이 보이고 하천변을 메운 기다란 풀들이 누우면서 바람이 얼마나 부는지 알려주었다.


“하늘이 예쁘네.”


아들이 툭 던진 한 마디에 감동이 밀려왔다.


‘너도 그 하늘을 보고 있었구나.’


늘 감성 충만한 딸아이 복실이와 풍경 대화를 했다. “복실아 하늘 너무 예쁘다, 복실아 산 좀 봐봐.” 정신없이 운전하는 아침시간에도 멋들어진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우리가 지나가는 몇 군데 포인트에서는 늘 복실이를 불러댔다.


그런데 그 지점을 복이도 알고 있었다. 복이도 하늘을 보고 있었다니. 이 차가운 아들 녀석이. 감수성이라고는 제로에 가까운 것 같고 공감능력이라곤 빵 퍼센트에 미칠 것 같은 아들이 산과 하늘과 강과 들판을 보고 있었다.


우리의 두 번째는 포인트는 봉화대 가는 길이다. 언덕을 오르면 장미꽃 덩굴 위로 바다가 보인다. 뒤돌아 보면 겹겹이 산이 한눈에 보이고 조금 저 가면 호수도 힐끗 보인다. 매일 이 길을 차로 달리며 복실이의 이름을 부르며 “바다다!”를 외쳤다.


그날은 복실이의 이름은 빼고 “바다다!”를 외쳤다. 매일 다른 바다와 수평선과 하늘을 복이도 보고 있으니까. 복이는 노래의 장막을 펼치고 빠른 템포로 마음을 흔들면서 바람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하늘을 유영하는 구름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아들도 예쁜 하늘과 구름을 본다. 감성 충만한 아들이 생겼다. 감격스럽다.


디스코 음악을 자장가 삼아 들으며 차에서 잠이 드는 건 도무지 이해 불가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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