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복실이의 바다 1

모래사장이 펼쳐진 바다

by 눈항아리

복실이와 바다에 갔다.

일요일 이른 아침이었다.

엄마 바다에 언제가?

바다에 와서 왜 바다 타령일까.

여기가 바다야.

저 바닷물이 안 보여?

여기는 항구잖아.

항구도 바다야,

엄마는 사람 냄새나는 항구가 좋은데.

나는 모래사장 펼쳐진 바다가 좋아.

파도치고

수평선도 보이고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그런 바다에 가고 싶단 말이야.

복실이가 말했다.



저기 갈매기도 보이잖아.

물고기도 보이잖아.

시끌시끌 어시장 구경도 하고 좀 좋아?

어묵 먹을래?

우와 생선도 싸다.

엄마는 먹을 게 많아서 좋은 거지?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복실이가 자꾸 바다에 가자고

나를 잡아끌었다.

항구를 빠져나와 남쪽으로

해안 도로를 달렸다.

가다 차 세우고 싶은 곳에

어디든 내리면 된다.


주문진 도깨비 촬영지를 막 지나

강원도립대 후문을 막 지나

영진 가기 전 공영 주차장이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가?

공영 주차장이 텅텅 비어 있다.

얼씨구나 좋을씨고.


사람이 없는 바다에 왔다.

모래사장이 펼쳐지고

푸른 물결 위로 고깃배가 떠다닌다.

수평선이 보이고

하늘과 구름이 채운 풍경.

바다는 고요한듯하면서도

역동적인 파도를 끊임없이 만든다.


모래톱에 나란히 앉았다.

여기는 예전에 군철조망이 쳐져 있었다.

그래서 이 바다에는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었다.

바다는 똑같은 것 같지만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복실이의 바다도 좋았다.

복실이가 좋아하니 더 좋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복실이와 바다 새 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