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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실이의 바다 2

바다가 보이는 주차장

by 눈항아리

항구에서 가까운 유료 공용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주차 관리인은 일요일 출근을 안 하는 걸까? 아니면 너무 이른 아침이라 출근 전이었던 것일까. 주차 자리도 많고 주차비도 안 받는 일요일 이른 아침의 나들이는 여러모로 편리하다. 주차만 되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초보 운전자의 특권을 톡톡히 누리는 시간이다.


시장 골목을 지나 어시장 앞 커피숍으로 간다. 복실이는 초코라테, 나는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복실이는 뜨거운 걸 시켰더니 뜨겁다며 난리다. 지난번에 얼음이 가득 든 초코라테를 들고 추운 바다에 가서 호로록 거리는 게 내심 미안했는데 판단을 잘못했다. 뜨거워서 한 입 먹기가 힘들다. 복실이의 입에서 후회 막심한 언어들이 쏟아져 나온다. 아침의 평화를 위해 다음번에는 꼭 아이스 초코를 사기로 하자. 식전 간식 팥빵도 하나 샀다. 봉지에 달랑달랑 들고 주차장으로 간다. 차가 무료로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엄마? 그냥 가도 되나요? 이거 불법이잖아요.”

‘나도 모르겠다, 딸아.’

주차비를 안 받는 걸 어쩌란 말인가.


해변 도로를 달렸다. 바다가 보이는 공용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빵을 나눠 먹었다. 맛있다. 커피맛도 좋다. 복실이는 초코가 연신 뜨겁다고 한다. 내가 먹어 보니 안 뜨겁다. 한 모금, 두 모금, 세 모금 초코라테를 마셨다.

“엄마 왜 내 거 먹어요?” 복실이는 불만이다.

“양이 줄면 빨리 식을 것 같아서.” 나는 너를 위해서 그런 건데...



우리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모래밭 끄트머리에 앉았다. 햇빛을 잔뜩 머금은 바다가 반짝이면서 밀려왔다. 거센 파도가 산산이 부서져 얼굴을 때렸다. 바닷물 미스트 효과다. 다시마향, 미역향, 짭짤한 소금향, 차가운 바다와 따뜻한 태양을 모두 품은 비릿한 조개향이 난다. 내 얼굴에.


파도가 더욱 도전적으로 부딪쳐 오자 앉아 있던 복실이가 뒷걸음질 쳤다. 내 다리를 잡고 뒤로 자빠지려고 한다. 거대한 물결 소리에 귀가 먹먹하다. 검푸른 물결 위로 거뭇한 해초가 떠다닌다. 복실이는 쓰레기가 아니냐 묻는다. 다시마이거나 미역이거나. 복실이는 하얀 파도가 해안으로 밀려올 때마다 소리를 지른다. 오~! 밀려오는 파도를 손으로 만져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멀리서 보면 평온하기만 했는데 역시 바다는 가까이 와서 봐야 한다. 통통배가 넘실거리는 물결 위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다.


뒤로 조금 물러앉아 모래 그림을 그렸다. 컵 바닥으로 눈을 그리고 손가락으로 눈동자를 찍었다. 바다 위 하늘 높이 날아가는 갈매기 한 마리를 보고 복실이가 새우깡 타령을 했다. 출발 전에 잔뜩 심통이 났던 복실이는 다 풀어졌다. 이제는 두 손으로 모래 놀이를 한다. 집에서 나온 지 벌써 한 시간이 되어 간다.


모래를 툭툭 털고 일어섰다. 일어나면 또 눈에 보이는 게 달라진다. 아이는 구멍 뚫린 조개를 주웠다. 엄마가 어릴 땐 구멍 뚫린 조개를 주워 목걸이를 만들고 놀았다니 구멍 뚫린 것만 줍는다. 조개를 주으며 복실이가 그랬다.

“엄마 이거 불법 아니에요? 경찰 아저씨가 막 잡으러 오면 어떡해요. ”

어쩌냐 우리 복실이, 경찰 아저씨가 무섭구나.



딸아이와 둘만의 짧은 바다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길, 복실이는 편의점을 보고선 다음번엔 바다가 보이는 주차장 말고 편의점 앞 바다로 가자고 했다. 주차 자리도 딱 봐뒀다. 엄마만 믿으렴.


아침을 먹으며 반찬으로 놓아준 꼬막 무침을 보고 복실이가 반가워했다.

“엄마 이거 내가 주워온 조개껍질 안에 있었던 건가 봐요.”


‘그런가? 꼬막도 조개의 일종이긴 하니까... 그게 그 안에서 나온 건 아니지만 꼬막도 조개는 조개니까... 조개 맞겠지...’






참고로 우리 둘의 일요일 아침 첫 바다행은 주차장이 넓은 바다가 보이는 커피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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