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실이가 굴렀지

by 눈항아리

우리 아기 복실이가 날았지.

데굴데굴 구르며 바닥에서 날았지.

털 보송한 아기 곰이었다면 귀여웠겠지.

몸을 웅크리고 느릿한 몸짓으로 굴렀다면 좋았겠지.

앞으로 떼구르 한 바퀴 구르고 해사하게 웃었겠지.

초록 풀잎 가득한 잔디밭이라면 좋았겠지.

달팽이이라면 안 아팠겠지.

온몸을 둥근 껍질 안에 비벼 넣고 돌돌 거리며 굴러갔겠지.

통통 튀는 공이었다면 재치 넘치게 굴러갔겠지


복실이는 특별한 우리 아기지.

멋지게 날아서 옆으로 굴렀지.

두 바퀴 연속으로 휘리릭 굴렀지.

아스팔트 바닥에서 완벽한 포즈로 굴렀지.

빠르기가 초고속 연사 카메라인 줄 알았지.

스턴트맨인가 하였지.

태권도 시범단 날쌘 몸놀림을 보는 줄 알았지.

이단옆차기를 바닥에서 하는 줄 알았지.

아기의 울음소리가 온 동네에 울려 퍼졌지.

우렁찬 기합소리 같았지.

기합이 좀 많이 길기는 하였지.

복실이는 팔을 안아 들었지.

긴 울음을 달고 아빠에게 갔지.

옆에는 함께 뛰던 달복이 오빠가 어쩔 줄 몰라하며 따라오고 있었지.

복실이는 오빠가 밀었다고 했지.

밀어서 아파서 피를 봐서 눈물이 찔끔 나왔지.

아빠는 진실을 규명해야 했지.

밀었는지 안 밀었는지.

밀었기만 해 봐라 혼을 내주려고 했지.

CCTV가 돌아갔지.

복실이가 옆 구르기 하는 장면이 반복 재생 되었지.

달복이와 복실이 둘이서 달렸지.

달복이는 앞서가고 복실이는 따라서 달렸지.

거기서랏 손을 잡는 찰나였지.

달복이가 손을 피했지.

뿌리쳤는지 어쩐지 알 방도는 없었지.

잡기놀이인 줄 알았는지도 모르지.

복실이는 몸 균형을 잃었지.

마침 달복이의 뒷 발에 걸려 완벽하게 복실이의 몸이 기울었지.

데굴데굴 빠르게 옆으로 회전했지.

자꾸 보니 복실이도 신기한지 울음을 뚝 그쳤지.

아빠는 달복이에게 동생 손을 뿌리쳤다며 꾸짖었지.

달복이는 뭔 영문인지도 모르고 혼이 났지.

아빠는 약국에 갔지.

소독약과 상처 연고를 사 왔지.

복실이는 지극정성으로 치료를 받았지.

커다란 붕대를 팔꿈치에 척하고 붙였지.


그런데 복실이와 달복이는 어딜 그렇게 뛰어가던 중이었지?

달복이가 복실이 학원 데려다주는 중이었지.

이제 혼자 가도 되는데 극구 데려다주라고 해서 그 사달이 났지.

이제 달복이는 학원 셔틀에서 벗어났지.

엄마가 복실이를 학원 문까지 데려다 주지.

초3 아기 복실이는 이제 다 나았지.

학원도 혼자 갈 수 있지.

나는 따라가지 말아야 하는데 자꾸 따라가지.

복실이는 그러니까 자꾸 바라지.

복실이는 혼자서도 잘 다니지.

막 뛰어서 다니지.


어릴 때 나도 저렇게 뛰었는지도 모르지.

무르팍에 500원짜리 동전만 한 피딱지 두 개가 늘 붙어있었지.

그래도 나는 이단 옆 구르기는 안 했지.

그저 무릎만 박았지.

복실이는 나보다 몸이 날렵하지.

그래도 나를 닮긴 닮은 것 같지?



사실은 나도 어릴 땐 날쌨지.

1학년 땐 달리기 1등이었지.

2학년 때 2등이었지.

3학년 때 3등이었지.

4학년 때 4등이었지.

6학년 때 꼴찌를 했지.

크면서 달리기 종목을 바꿨지.

800미터 달리기로 바꿨지.

끈기라면 자신 있었지.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뛰었지.

나는 잘 뛰었지.

복실이는 날 닮은 게 분명하지?



막내 복실이의 부탁으로 쓴 글입니다.

아이가 다치면 안아주는 게 먼저입니다. 남편은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 영상을 계속 돌려보았다지만 아픈 복실이를 먼저 안심시켜 주지 않은 것에 대해 아내인 저에게 폭풍 잔소리를 들었습니다.


딸아이 팔꿈치에 생긴 상처는 천천히 잘 아물었습니다. 상처는 아무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10여 일이 지나 이제는 아무렇지 않은 일 처럼 되어버렸지요. 앞으로 닥쳐올 많은 상처들도 이번처럼 잘 아물기를 바랍니다. 상처가 없을 수는 없으니까요.


많이 아파해도 꼭 안아주겠습니다. 절대 입으로 호~ 는 하지 말래요. 세균이 들어간다고 기겁을 합니다. 요즘은 학교에서 세균 교육을 철저히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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