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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을 자르는데 종지를 꺼내는 남편

by 눈항아리


남편 님 아내에게 수박을 잘라준다더니

깍둑썰기를 해줄까 삼각으로 크게 잘라줄까 물어보길래

나는 사각으로 씨는 안 빼도 된다고 했는데

굳이 씨를 빼는 수고를 한다.

아내에 대한 사랑이 지극해

바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수박의 까만 씨를 하나하나 다 발려 준비를 해 주다니

감동이 마구 밀려오려 했는데

수박 담을 커다란 그릇 말고

잼 담는 종지를 먼저 꺼내 놓는다.

저 조그만 그릇은 무슨 그릇일까 궁금해하며 가만 지켜보았는데

수박씨를 빼면서 무슨 호박이 어쩌고 하길래 그저 응응 응수만 해 주었더니

호박이 아니라 수박씨를 더 모아 모종을 만든다는 말이었다.

점심 밥때가 다 되었는데

남편의 수박씨 채종 덕분에

나는 밥을 못 하러 갔다.

오늘 점심은 수박으로 배를 채우게 되었다.

밥은 뭘 해 먹나.

남편은 선 자세로 수박을 썰면서 수박 배를 채우고선

배가 너무 부르다고 했다.

남편은 씨앗을 잘 씻어 키친타월로 닦았다.

키친타월에 물을 적셔 햇빛이 안 통하는 플라스틱 상자에 넣고

그 위에 수박씨를 조심히 올렸다.

그리고

발아 적정온도 30도를 유지하기 위해 상자를 온수기 위에 살짝 띄워 올려놓았다.

그래도 남편이 잘라준 수박은 참 맛있었다.

웬일로 수박을 다 잘라주는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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