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김밥에게 배웠다
편의점 개업 과정을 모두 지켜본 다 큰 남자 셋의 말씀이 명언이다.
“나는 삼각김밥 그냥 안 데우고 먹는데?”
중2 복이가 말했다.
“왜?”내가 묻자,
“그냥 귀찮아서.” 복이는 명쾌하게 대답했다.
“내 친구도 삼각김밥 그냥 먹던데? ”
고등학생 복동이는 말했다.
“그거 네 친구 이야기 아니고 너지? 맛이 어땠어?”
내가 물었다.
“아니야, 친구가 깜빡하고 편의점에서 안 데워 왔더라고, 한 입 먹어보래서 딱 한 입만 먹어봤어. 차갑더라고”
복동이는 극구 부인하며 말했다.
“삼각김밥 안 데워 먹어도 되는 거야. 조리 다 되어 있는데 굳이 데울 필요가 있을까? 그냥 따듯하게 먹으려고 데우는 거지.”
남편이 말했다. 믿었던 남편까지 이럴 수가!
급기야 나는 검색창을 열어 찾아보았다. 복이 처럼 귀찮아서 안 데워 먹는 사람이 많았다. 한 설문에서는 60퍼센트가 안 데워 먹는다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맙소사! 바삭한 김의 식감을 위해 안 데워 먹는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는 왜 삼각김밥은 꼭 데워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찬밥을 싫어해서. 얼음밥을 먹는 듯한 느낌이 들 것 같아서? 실제로 밥의 식감을 위해 돌려먹는 것을 권한다고 한다.
그리고 2024년에는 우리나라에도 삼각김밥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 데우지 않고 먹는 ‘20도 정온 판매 삼각김밥’이 나왔다고 한다. 안 데워 먹는 삼각김밥도 따로 있다!
확고하게 믿었던 진실이 무너졌다. 삼각김밥 먹는 방법은 먹는 사람 마음이다. 그럼 소시지는 꼭 데워먹어야 하는 걸까? 안 데워먹어도 되는 걸까? 당연하게 겉봉의 안내 대로 살짝 뜯고 데워 먹어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소시지 너마저!
남편에게는 삼각김밥을 데워먹고 안 데워먹고 가 중요하지 않았다. 달복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사사건건 딴지를 걸며 방어막을 쳐주는 내가 못마땅하다고 했다. 아이는 뭐든 해보고, 부딪쳐보고, 도전해 보고 그러면서 커야 한단다. 다칠까 봐 걱정이 되어 그렇다는 나의 작은 대답에 남편은 말했다.
“애들은 뭐든 스스로 해보고 다치면서 크는 거야. 자기가 다 해주려고 하니까 아이의 세상이 작아지는 거야. ”
보호가 지나친 나 때문에 달복이는 조금 작아졌다.
삼각김밥 덕분에 나는 조금 자랐다.
그리고 아이의 세상은 덕분에 조금 더 커질 거다.
5학년 달복이가 편의점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어휴. 편의점 사용방법을 알려줄 것이 아니라 애초에 편의점을 이용하지 말라고 할 걸 그랬나 후회된다. 전자레인지에서 돌리면 나온다는 발암물질에 또 한 걱정을 하며 ‘금지’를 외치지 못한 나를 원망했다. 나는 정말 못 말리는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