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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앞 편의점 개업 사건 2

삼각김밥 먹기 연습

by 눈항아리

학교 앞 편의점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 달복이는 컵라면 하나, 삼각김밥 하나를 사 왔다. 달복이는 엄마의 걱정에 때문에 맛있게 먹는 친구들을 옆에서 빤히 쳐다보곤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그냥 책가방에 넣어 왔다.


복실이는 오빠 주려고 라면을 2개 샀다. 자신은 삼각김밥이 없다며 억울해했다. 달복이는 안 매운 삼각김밥이 다 팔리고 없었다면서 미안해했다. 근처 편의점으로 쪼르르 달려가 안 매운 삼각김밥을 하나 더 사 왔다.


드디어 삼각김밥을 먹는다. 포장지에 데우는 시간이 표시된 지점을 확인한다. 전자레인지에 넣고 20초를 돌렸다. 처음으로 달복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했다. 그리고 복실이에게 가르쳐준다. 전자레인지에 넣고 꺼내기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식탁에 앉아 이번에는 엄마의 지시가 없는데도 동생에게 삼각김밥 뜯는 방법을 가르친다. 1, 2, 3을 잘 보면서 번호 순서에 맞게 포장을 뜯으라고 알려준다. 잔뜩 콧대가 올라가 있다.


이제는 밥알을 흘리지 않고 깔끔하게 먹는 일만 남았다. 밥알이 뭔가, 평소에 삼각김밥을 먹다 보면 내용물이 한꺼번에 바닥으로 우르르 쏟아진다. 그럼 미리 준비했던 넓은 그릇에 삼각김밥을 내려놓고 숟가락으로 퍼먹는다. 꼬마들은 그래도 맛있다며 좋아라 한다. 편의점 음식을 맛본다는 건 정말 별미다. 삼각김밥을 먹고 나면 며칠은 참치랑 마요네즈를 찾는다.


밥을 흘릴 것에 대비해 그릇 말고 접시를 놓았다. 숟가락은 애초에 놓지 않았다. 그럼 시작!


“우리 반씩 나눠 먹을까?” 복실이가 그런다.


둘은 평소에 다른 맛 삼각김밥을 사면 늘 반반씩 나눠먹었다.


“오늘은 밥풀 안 흘리기 연습하는데 그냥 먹는 게 어때?”


나의 권유에 꼬마들은 반반 못 나눠 먹어도 좋단다. 컵라면까지 맛있게 먹었다. 뒷정리까지 말끔하게 아이들을 마무리했다.



다음날 달복이는 편의점에서 또 뭘 사 먹을지 궁리한다.


“달복아 너 전자레인지도 잘 사용하고 밥풀도 하나도 안 흘리고 잘 먹던데? 이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사서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어도 되겠다.”

나의 허락이 떨어졌다.


“아니야, 밥 조금 흘렸어.”

달복이는 아직 삼각김밥을 편의점에서 못 사 먹었다.


엄마의 뒤늦은 허락을 받아냈지만 이미 한번 주저한 아이의 발걸음은 머뭇거리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냥 쏟든 흘리든 눈 딱 감고 해 보라고 할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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