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3대 간식 컵라면, 삼각김밥, 소시지
달복이네 복실이네 초등학교 앞에 편의점이 생긴단다. 신난 초등들이 술렁였다. 언제 언제 문을 연다고 쑥덕쑥덕했다. 뭘 뭘 사 먹을 거라며 신났다. 복실이는 만 원을 가지고 간다고 했다. 복실이의 일주일 용돈은 3000원이다.
아이들 3대 관심사는 컵라면, 삼각김밥, 소시지다. 세 가지 모두 먹기 힘들지 않을까. 복실이는 바나나 우유를 사 먹는다고 했다. 다행이다.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싶다고 했다. 아이스크림은 무인 간식점과 비교를 권했다.
이제 막 전자레인지 사용을 시작한 달복이가 딱 문제의 경계에 서 있었다. 컵라면은 뜨거운 물 때문에 허락을 해줄 수 없었다. 사건 사고를 늘 달고 다니는데 화상까지 입는 꼴을 어떻게 보란 말인가.
집에서 컵라면을 먹을 때면 뜨거운 물을 붓기 전에 덩실덩실 식탁 주위를 뛰어다니며 술래잡기를 하는 꼬마들을 자리에 앉히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그들은 앉은자리에서 다 먹을 때까지 감시자 엄마의 눈길을 벗어날 수 없는 신세다. 면이 뜨거워 식힘 그릇을 사용해야 한다. 작은 컵라면 하나 먹는데 한 나절이 걸린다.
펄펄 끓는 물을 받아서 어찌어찌 잘 먹는다 해도 라면 국물의 뒤처리가 문제다. 국물이 넘실거리는 컵을 들고 살금살금 걸어가다 발이라도 걸려 넘어지면 국물이 바닥으로!
나의 상상 속에서 달복이는 편의점 주인님의 눈총을 받으며 바닥에 주저앉아 걸레 하나를 받아 들고 벌건 국물이 쏟아진 바닥을 열심히 닦고 있었다. 차마 엄마에게 전화도 못하고, 쯧쯧.
“컵라면 먹고싶으면 편의점에서 하나 사와. 엄마가 물 끓여줄게. 천천히 연습해 보자. ”
“그럼... 삼각김밥 사 먹어야겠다. “
“전자레인지 돌려는 봤냐?”
내가 묻자,
“초코파이 돌려봤잖아.”
달복이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나는 아이의 모험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용을 썼다.
“달복아 너 삼각김밥 밥그릇에 놓고 숟가락으로 퍼먹잖아. 밥풀 안 흘리는 거 연습하고 그다음 허락해 줄게.”
머리를 쥐어짰다. 하하.
어이없는 나의 말씀에 아이는 허탈해했다.
“삼각김밥 전자레인지에 안 돌리고 그냥 먹으면 안 돼요? 친구는 그냥 먹던데?”
“당연히 안 되지.”
나는 당연하게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아직도 그렇다.
“왜 안 돼요?”
달복이는 궁금해했지만 나는 딱히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삼각김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문제로 우리는 며칠 동안 의견의 모으지 못했다. 달복이는 편의점에서 구입해 바로 먹고 싶었고 나는 냉장고에서 꺼낸 찬 밥을 그냥 먹일 수 없었다.
“엄마 소시지 사 먹으면 되겠네요.”
달복이가 물었다.
“소시지는 포장을 살짝 뜯어야 하는데 네 힘으로 뜯을 수 있을까? 혹시 힘이 부족하면 직원분한테 부탁해서 뜯어달라고 해. 그리고 전자레인지 사용 방법이 집이랑 다를 수 있으니까 처음에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물어보면 좋을 것 같아. ”
편의점 소시지 섭취 방법을 귀 기울여 듣고 있던 중2 복이가 나섰다.
“그거 안 뜯어도 되는데?”
“맙소사! 겉 포장에 뜯으라고 쓰여있잖아. 친절하게 하는 방법이 다 나와있는데 왜 하라는 대로 안 해? 터지면 어쩌려고!”
초보 편의점 사용 방법을 사력을 다해 안내하던 난 터지려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달복이는 편의점 3대 간식을 모두 퇴짜 맞은 형국이 되었다. 과연 편의점이 문을 열면 아이들은 무엇을 사서 어떻게 먹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