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보나 May 25. 2024

어머니 저를 안아 주세요.

어머니

새벽에도 불러봅니다.

아직 여명이 밝아오지 않았습니다.

사위가 깜깜합니다.

스탠드 불을 하나 켜고 책상에 앉았습니다.


저는 까만 밤을 무서워했지요.

가로등 하나면 켜진 까만 골목길이 무서워

눈을 질끈 감고 내달린 적도 있었습니다.

넘어져 아팠지만 다시 벌떡 일어나 뛰었지요.


딸아이도 절 닮아 까만 밤을 무서워합니다.

아이가 무섭다고 하면 달려가 옆에 있어 줍니다.

제가 무서울 때 어머니는 어디에 계셨나요.


딸아이는 아직도 새벽에 깨면 엄마를 찾습니다.

아이가 깨면 얼른 달려가 꼭 안아줍니다.

저는 새벽에 일찍 깨지 않아 다행이었지요.

그래도 가끔은 어머니의 온기가 필요했습니다.


안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건

이제와 생각해 보니 참 슬픈 거였네요.

그걸 몰랐습니다.

잊히고 잊히고 잊혀서

그냥 괜찮은 줄 알았습니다.


어머니 왜 저를 안아주지 않으셨나요.


어머니 저를 안아주세요.


그러나 아직은 저에게 포옹을 바라지 마세요.

백 번은 투정을 부리고 나서 생각 좀 해보고

그때...


그리고

이제는 괜찮습니다.

아이들이 저를 많이 안아줍니다.

남편도 저를 많이 안아줍니다.

사랑으로 안아줘서 정말 괜찮습니다.


그래도 어머니

저를 안아주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 감자꽃 필 무렵 개구리 함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