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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May 20. 2024

감자꽃 필 무렵 개구리 함성


감자꽃이 핀다. 바람에 흔들흔들 춤을 추길래 손가락으로 잡고 사진을 찍어줬다. 자꾸 움직이지 말래도 말을 안 듣는다. 우리 집은 한두 송이 피었는데 남의 밭에는 감자꽃이 개락이다.


감자꽃 필 무렵이면 꼭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너른 감자 들판을 보며 아이들에게 외친다. 왼쪽을 봐, 오른쪽을 봐. 검정 비닐은 온데간데 안 보이고 비닐을 다 덮은 초록 감자 잎사귀가 그새 너른 들을 가득 채웠다. 난쟁이 초록 잎들 사이로 하얀 별빛 마냥 콕콕 감자꽃이 박혔다. 이 풍경이 너무 좋다. 아이들에게 다시 외친다. (주의! 우리 밭 아님)


감자꽃 필 무렵!


아는 아이들은 다른 꽃이 아닌가 한다. 하도 엄마가 감자꽃 필 무렵이라고 하니, 이제는 아이들도 헷갈리는 건가? 동백꽃 필 무렵이 아니냐고 하는 녀석도 있다. ‘동백꽃 필 무렵’이라는 드라마가 진짜 있기는 있다. 신기하다. ㅎㅎ


처음에 감자꽃 필 무렵을 외친 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패러디였다. 여긴 메밀이 없으니 하얀 감자꽃은 어떤가 하였다. 과연 봄마다 강원도 들판에서 펼쳐지는 장관을 보며 잠시의 기쁨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적당한 말이 있을까.  


감자꽃이 필 무렵이면 아침엔 초록 밭에 하얀 자수가 수두룩하게 놓아진 밭을 구경하며 쌩하니 달린다. 출근한다.





감자꽃이 피는 이맘때쯤이면 모내기가 한창이다. 깜깜한 밤 퇴근길 시골길로  접어들면 흔들리는 까만 논물 위로 주황빛 가로등이 기다란 물그림자를 만든다. 밤바람과 어울려 잔잔하게 흔들리는 주황빛 향연을 더욱 가까이 구경하려고 차창을 내렸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날벌레 몇 마리와 개구리의 고함 소리가 열린 문으로 날아든다. 양쪽 논에서 한꺼번에 울려대는 개구리의 함성은 대단하다. 퇴근길을 가장 반겨주는 건 실은 개구리였다. 우퍼 스피커를 단 듯 묵직한 베이스를 가진 괄괄한 소리가 끊임없이 밀려온다.


집 앞마당까지 울려 퍼지는 개구리 소리는 산을 넘어오는 건가. 얕은 개울까지 개구리가 진출한 것일까.




감자꽃 필 무렵 출 퇴근길이 즐겁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재미. 시골길을 달리는 즐거움은 글로 써야 맛이다. 그냥 차를 타고 쌩 지나가 버리니 금세 잊히고야 만다.


우리집 감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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