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리향과 돗나물

지피식물, 포복성, 월동, 잔디 대용

by 눈항아리

포복성 백리향 씨앗 50 립을 주문했습니다. 잔디 대용으로 많이들 심는다고 하고 분홍 꽃도 핀다고 해서 모종 판에 뿌려 볼 요량이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손가락으로 집을 수 없을 정도로 씨앗이 작았습니다. 세상에나 이렇게 작은 씨앗도 있구나 싶습니다. 이렇게 작은 씨앗도 싹이 나올까 싶습니다. 아주 너무 매우 작았습니다.



바질 씨앗도 작았지만 그래도 엄지와 검지로 10개 정도를 가늠해 집을 수 있을 정도였는데 백리향은 손가락 사이에 집어 올려도 개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미약합니다.



씨앗을 채종해 그것도 50알이라고 보낸 판매자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 알을 알알이 어떻게 세었을까 판매자의 노고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손바닥에 백리향 씨앗을 대충 받아 손가락으로 씨앗을 대충 집어 모종판에 솔솔솔 대충 뿌렸습니다. 10개씩 마구 뿌린 바질처럼 새싹이 마구 올라올지 혹시 또 모를 일입니다.



시골집은 잡초의 천국입니다. 잔디 대용으로 백리향, 토끼풀을 심을 계획입니다. 남편은 밭 경사면에 심고 싶다고 하는데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10년, 20년 후를 기약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토끼풀 씨앗은 또 어떨까 매우 궁금합니다. 식물마다 씨앗 모양과 색깔, 크기가 다 다릅니다. 납작한 것 둥근 것, 뾰족한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매우 작은 것도 있으니 주의 하시기 바랍니다.



세상일은 겪어봐야 압니다. 의외의 복병을 만나더라도 놀라지 마세요.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작은 씨앗에서 커다란 식물이 나올 줄 누가 알겠습니까. 잠시 기다려도 좋고 살짝 비켜가도 됩니다.



그러던 중 발견한 노란 꽃이 있습니다. 지표를 덮으며 자라는 포복성 식물입니다. 지피식물, 포복성, 월동식물. 오호! 딱 제가 찾던 잔디 대용 식물입니다. 돗나물입니다.


이번에는 복병이 아니라 선물을 만났습니다. 마당 구석에서 해가 다르게 세를 불려 가는 돗나물입니다. 먹을 수 있을 것인가 못 먹을 것인가 올해도 고민하는 사이 노란 꽃을 피워 대고 있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시멘트 마당으로 퍼지고 있는 돗나물을 거적때기처럼 들어 올려 풀밭에 사포시 올려놔 봐야겠습니다. 녀석, 키다리 잡초와 경쟁하기 귀찮아서 그런가 자꾸 시멘트 마당으로 올라옵니다. 똑똑한 식물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얼초 만들며 아이들이 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