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세척기 수저통은 젓가락이 빠져

아는 사람만 아는 불편함

by 눈항아리

식기 세척기는 신세계다. 다 좋은데 딱 하나 단점이 있다. 수저통이라고 있는데 숟가락 전용인가?


젓가락을 넣으면 숭숭 뚫린 커다란 구멍으로 빠진다. 그냥 쑥 빠지고 말면 안 넣고 말 텐데 빠지다 중간에 딱 걸린다. 위로 빼도 아래로 빼도 안 빠져 식기세척기에 든 수저통이랑 씩씩거리며 씨름을 할 때도 있다.


남편은 젓가락을 위쪽 선반에 나란히 눕혀 놓으란다. 선반에 열 맞춰 가지런히 놓으면 세척이 잘 된단다. 아침 출근길에 물에 헹궈 넣는 것도 손이 바쁜데 아주 느긋하게 설거지하는 분이다.



숟가락 젓가락은 식기 세척기에 넣지 말라는 사람도 있다. 빠지면 식기 세척기가 고장 날 수 있단다. 수저 씻기가 제일 손이 많이 가는데 포기할 수 없다. 젓가락이 안 빠지면서 구멍이 뻥뻥 뚫린 수저통을 찾아 인터넷을 뒤졌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지 않던가.

구하라 그리하면 주실 것이라 하지 않던가.

하하. 그리하여 찾았다.


구멍이 기존 수저통보다 작고 절대 젓가락이 안 빠지는 스테인리스 재질이다. 젓가락을 숟가락과 구분해서 넣기만 하면 된다. 얇은 유아용 젓가락도 절대 안 빠진다. 세척을 위해 구멍이 아주 작으면 안 되므로 고심하여 골랐다.


그러나 단점이 없을 수 없다. 고리가 있지만 식기세척기에 고정이 안 된다. 낮아서 젓가락이 많이 기운다. 그래도 좋다. 젓가락 안 빠지는 것만으로도 설거지 짜증이 99퍼센트 줄었다. 조금 기울어 인사하는 것쯤이야 애교로 봐줄만하다.


식기세척기 가전을 만드는 회사 님! 식기 세척기 수저통에 젓가락을 못 넣는다면 설거지가 말짱 꽝입니다. 수저통 바닥에 작은 구멍을 덧대든지 구멍을 작게 만들든지 해주시기 바랍니다.


또 식기세척기 수저통에 달린 뚜껑은 대체 무슨 용도인고 하니 수저를 하나씩 꼽아서 사용하란다. 뚜껑에는 띄엄띄엄 구멍이 뚫려 있다. 숟가락을 하나씩 구멍에 넣고 세척하면 더 깨끗하게 설거지가 된단다. 남편은 천천히 잘도 꼽던데, 남편이 설거지를 하면 숟가락이 번쩍번쩍하는 이유가 다 있었구나. 세척력 차이였다! 그렇다면 식기세척기 회사 님! 식기세척기 수저통에 달린 뚜껑에 젓가락 구멍도 알차게 뚫어 주세요. 젓가락을 세워도 세척력이 우수해지도록 말입니다!


한국인은 젓가락 없으면 밥을 못 먹는데 식기 세척기에 젓가락 넣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식기세척기 돌려놓고 출근하면서도 세찬 기계의 물살에 젓가락이 빠질까, 회전판을 혹여 건들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었는데 젓가락 걱정에서 해방되니 속이 시원하다.


쉽게 빠르게 깨끗하게 편리하게! 불편한 것은 표현하고 바꿔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주부의 요구가 가전을 바꾼다. 나는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다.


주의! 바꾼 젓가락통 광고가 절대 아닙니다. 호호.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500원 백다방 옆 카페 사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