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운동 실내자전거 20분
태양을 실은 구름이 동쪽 소나무 숲 위로 떠오른다. 밭은 정돈되어 있다. 창가 화단은 엉망진창이다. 모두 다 정돈하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다.
라벤더가 만발했다. 벌이 꿀을 딴다. 현관문 바로 앞이다. 문을 열고 나가면서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고 때로는 숨죽이며 피해 다닌다. 호박벌의 몸매는 얼마나 뚱보인지, 엉덩이는 얼마나 토실토실한지 모른다. 이제는 꿀벌 무리까지 가세했다. 남천은 쌀알 같던 하얀 꽃을 떨구었다. 거실 창턱 앞에 있는 부추는 몽땅 잘려나갔다. 내 뱃속에 일부 들었다. 총각무를 뽑아 빈자리가 생겼다. 흙이 생기니 남편은 또 무언가 심을 궁리를 한다. 비우고 채우는 이치를 깨달아 가는 남편이다. 창틀 가장 가까운 곳에 설악초가 자라고 있다. 포트에 키운 것이 벌써 오래되었지만 생기가 돈다. 웃자라던 아이는 작은 화분이 제 집인 것 마냥 짙은 초록 잎을 꺼내 놓으며 더운 여름에도 힘을 내주고 있다.
창문 풍경은 늘 기분 좋다. 달리면 그 속으로 풍덩 빠지는 것 같다. 나를 위해 준비된 세계 같다. 세계가 나를 위해 존재하지 않을 게 무언가. 나를 둘러싼 공간을 느끼면 왠지 따뜻하고 포근하다. 내 존재 자체를 인정받는 느낌. 아~~ 바람도 좋다. 멈추지 않고 윙 소리를 뿜어내는 에어컨의 섬세한 냉기. 훌훌 소리와 함께 힘겹게 팬을 돌리며 굵직한 바람을 쏘아 보내주는 선풍기의 바람. 나에게 최적화된 바람의 도움을 받으며 나는 달린다. 달리는데 역풍이다. 이상도 하지. 그 바람이 좋단다.
자연이라는 엄마 품에 폭 감싸여 문명의 도움까지 받고 있는 나는 복된 자다. 자연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불평하지 말자. 오솔길을 걷고, 숲길을 걸으며 온몸으로 자연에 흠뻑 취하지 못함에 나는 늘 불만이다. 벌레도 무서워하는 주제에. 주어진 것에 감사하자. 떠오르는 구름에 가려진 해님. 나를 위해, 달리는 내 눈이 눈부실까, 구름 속에 한참 파묻혀 있다 나온다.
새벽, 혼자만의 시간을 달린다. 온 우주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왠지 힘이 불끈 솟는다. 그래서 나는 아침을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