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꽃을 응원해!

by 눈항아리

뒤뜰의 대장은 앵두나무 옆 늠름한 무화과. 녀석은 어수선한 마당에서 고난과 시련의 역사를 쓰고 있는 나무 중 으뜸이라 하겠다.


옆 건물 주차장과 담벼락을 등지고 가장 가까운 곳에 뿌리를 깊이 내린 무화과 나무. 나지막한 회색 시멘트 담장을 넘어 줄기를 뻗어대며 자랐다. 엿보기, 넘보기가 특기다. 그러던 어느날 주차하는 차에 몇 번 걸려 넘어지며 부상을 당했다. 몇 번의 사건 후 옆 건물 사람에게 가지치기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다친 것은 나무일까, 자동차일까. 사장 남편은 톱을 들고나가 담을 넘어가는 가지를 담장 안쪽에서 잘라냈다. 그게 몇 년 전이다.


매 해 담장을 넘어가는 가지를 자르고 자르던 사장 남편 전지에 대해 공부를 했다. 했을까? 어디서 얻어 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날 무화과나무를 앵두나무와 비슷한 키로 싹둑 잘라놨다. 앵두나무와 키가 같아진 무화과는 앙상한 몸통을 가지고 추운 겨울을 나고 그래도 씩씩하게 봄을 맞았다.


따뜻한 바람이 불자 제일 먼저 그 녀석이 한 일이란 열매 한 알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이파리 없이 둥그런 열매가 먼저 생겨 얼마나 웃었던지. 무화과는 톱날의 무자비한 공격을 잊지 못했나 보다. 생명을 위협받는 악조건 속에서 종족 보존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다행히 열매는 하나만 나오고 정상적인 잎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 먹고선 부끄러움에 나뭇잎으로 몸을 가렸다는 그 대단한 이파리가 하나 둘 존재를 드러낸다. 손바닥 보다도 커다란 둥그스름한 초록 단풍잎 같다. 지난해 잎보다 더 홀쭉해 보인다. 톱질에 건강이 많이 상했을까. 말코손바닥사슴의 뿔처럼 홀쭉해지면 어쩌지. 화단 하나를 온전히 차지하며 너른 잎으로 온 땅에 그늘을 만들어 주던 녀석은 많이 왜소해졌다.


5월의 무화과는 앵두옹과 나란히 서있었다. 작은 키로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내고 있다. 작은 그늘이나마 나무 아래에서 자라는 저 보다 더 작고 가녀린 풀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시련 속에서도 나눌 줄 아는 녀석 좀 멋지다. 녀석이 일부러 한 일이 아니라며 겸손을 떤다. 예쁜 마음으로 자신을 잘 꽃 피우기를 바란다.



아름답게 숨겨진 너의 꽃을 응원해!


무화과의 꽃은 열매 처럼 보이는 둥그런 주머니 안에 잘 숨겨져 있다.


2024년 5월 무화과
2023년 9월 무화과
무화과

꽃이 없는 게 아니다
보이지 않을 뿐.
보이지 않는다고
꽃이 피지 않는 게 아니다.

2023년 9월 15일 블로그 발행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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