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sunday farmers

열매는 소중하다

by 눈항아리

작물을 심기 시작하면서부터

남편은 깜깜한 밤에 퇴근하고서

30분 이상 밭에 물을 주는데 시간을 쓰고 있다.

열심히 물을 줘도 가뭄을 이기기는 역부족이다.

남편은 더욱 강력한 펌프를 설치했다.



그런데 오늘 밤부터는 거센 비가 예상된다.

비가 많이 온다니 또 걱정인 남편 농부는 하루 종일 물 펌프 위에 비막이를 설치했다.

아직까지 비는 안 온다.

엄청 온다고 해 놓고 몇 방울만 떨어지는 건 아닌지...

하늘은 농부의 마음을 모른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

알아줄 위인이 아니지.



그래도 될 놈들은 된다.

오이, 호박, 가지가 주렁주렁 열렸다.

참외, 수박이 익어간다.

늦은 옥수수는 마른 잎을 배배 꼬면서도 꽃을 피웠다.

매미 장단에 맞춰 꽃노래를 불렀다.

들깨는 다 타버렸지만 참깨는 일부만 말라죽었다.

2주째. 튼실하게 세를 불려 가고 있다. (보식 30)

역시나 마른 잎이 안쓰러운 방울토마토는

간식 열매를 맞춤으로 제공해주고 있다.

딸기는 올해 처음으로 번식을 시켜보고 있다.

건너뛰는 줄기에 화분을 놓으면 새로운 딸기 모종이 생긴다.



더위에도 식물은 자란다.

그리고 열릴 열매는 열린다.

그 아이들도 한낮의 태양 아래에서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뜨거운 열기에 축 늘어져 힘겹기도 하고 근근이 버티기도 한다.

열매는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그들이 힘써 얻은 것이라서.

힘들지 않게 열리는 열매가 있기는 할까.



참외 호박 청오이
옥수수 오이 복수박
딸기 방울토마토 참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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