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누운 자세로 서쪽 산기슭으로 나있는 창을 본다. 초록과 아침의 빛이 어우러져 살랑거린다. 바람에 나뭇가지가 너울춤을 추고 나뭇잎 사이로 새들이 포르르 날아다닌다.
정돈되지 않은 자유로운 숲은 초록잎 뒤쪽에 무엇을 품고 있을까. 나무 뒤에서 ‘휙’하고 귀신이 갑자기 튀어나올 것 같았다. 깜깜한 밤의 숲을 보면 눈을 감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것과 같은 두려움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창 밖에서 수많은 누군가의 눈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에 처음 시골집으로 이사와서 커튼을 치고 싶었다. 창 밖에는 우리 집 옥상보다 훨씬 높은 숲이 근엄하게 버티고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숲의 경사면을 뒤덮은 흙덩이가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다.
매일 창을 보며 스무 해의 계절을 더 보내면서 숲이 보이는 창에 나타난 누군가는 다람쥐, 청설모, 고라니, 벌과 곤충, 작은 새 등이었다. 모르는 세계가 눈에 익숙해지면서 이제는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며 밤의 창에서 반딧불이를 만나기도 한다. 그런 밤이면 아이들과 실내 등을 모두 끄고 눈에 불을 켜고 슬그머니 사라지는 반딧불이의 꽁무니를 좇았다. 우리는 창의 어둠을 헤매며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봄의 어느 날 초록빛 현란한 춤사위에 노란 나비가 나풀나풀 느린 날갯짓을 하고 나타나면 막내 딸아이를 흔들어 깨운다. “복실아, 나비야.” 슬그머니 눈을 뜨고 아이도 팔랑거리는 나비를 찾는다. 나비가 춤추는 숲이 보이는 아침의 창은 내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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