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밥 걱정만 가득 찬 나에게 무엇 하나 보일 리가 없었다. 일어나자마자 일의 구렁텅이로 밀려들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질퍽거리는 진흙 구덩이 같은 길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있겠는가. 나는 주부이기 이전에 아침밥을 해야 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나를 먼저 구해야 했다. 새벽에 홀로 맞이하는 시간은 그런 나를 집안일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 주었다. 잠시가 중요할까? 중요하다.
집에 있으면서 집안일을 안 한다는 게 주부로서 참 어려운 일이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도 그렇다. 그런데 집은 누구나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집이 하루 종일 일터이기만 하다면 나는 일하다 늙어 죽을지도 모른다. 살면서 그런 억울한 노릇이 어디 있겠는가. ‘주부는 입주 도우미가 아니다’라는 글을 브런치 북 <주부 공감>에 올린 적이 있다. 주부에게도 집은 쉴 공간이어야 한다.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 평소라면 사부작거리며 소파에 얹어놓은 빨래라도 정리했을 시간이다. 달그락거리며 밥이라도 안쳤을 시간이다. 조리가 오래 걸리는 요리를 가스레인지에 올려 두었을 시간이다. 그 시간을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정했다. 고요한 새벽 시간 다른 식구들 말고 나를 돌아본다. 나만을 위해 쓰는 시간이 생겼다. 그건 결혼생활 17년 차 주부에게 굉장히 획기적인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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