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누리는 새벽의 시간, 잠시 동안 누구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고 모든 관계로부터 벗어난 시간, 마음 구석구석까지 평화와 충만함으로 가득 채운다. 이제 본격적인 상처를 안을 시간이다. 폭발과 함께 고함이 터져 나올 수도 있고 아침의 음식 냄새와 더불어 북적거리는 집안에서 아이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한다.
침침한 동굴 속에서 힘든 수행자의 삶을 살아가던 나였다. 얼마나 많은 날들을 도를 닦는 심정으로 살았던가. 참을 인 자를 새기며 근근이 살아가던 내가 삶을 정면으로 보게 되었다. 아이들은 늘 말썽이고 집은 늘 일거리로 넘쳐나고 나는 할 일이 너무 많다. 도와주는 이가 있어도 마음으로 받지 못하고 늘 불평불만을 달고 살았다. 그런 내가 삶과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할 마음이 생긴 참이었다. 지루한 일상은 늘 같고 요동치는 사건사고는 때때로, 자주,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찌그러진 얼굴로 깊은 주름을 만들며 불같이 화를 내고 소리치며 사는 지친 일상이 계속되었다.
그 속에서 나는 매일 외쳤다. “나는 평화로운 사람이다!” 매일 외친 긍정 외침이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3년도 안 되어 평화가 찾아왔다.
가족들이 하나 둘 일어난다. 어그적거리며 기어 나와 소파에 앉는다. 태산과 같이 쌓인 빨래더미 옆에 앉는다. 심지어 그 빨래를 깔고 눕는다. 잠을 잔다. 포근한가 보다. 열불이 나던 날들도 잠시, 계속 그 장면을 보다 보니 빨래가 깔아 뭉개진 것은 (화르륵) 현상일 뿐이었다. 더 자고 싶고 기대고 싶고 포근한 이불에서 미적거리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보였다.
왜 하나같이 가족들은 일어나서 같은 자리에 와 앉는 걸까. 궁금했다. 소파의 가장 왼쪽 끄트머리 자리는 아침에 일어난 가족들이 한 번씩 돌아가면서 앉는 곳. 어떤 곳이길래? 그래서 나도 가끔 소파의 끄트머리에 앉아본다. 소파는 마당과 텃밭 소나무 숲과 하늘이 창 하나 풍경에 모두 담기는 우리 집 명당자리다. 잠결에도 모두 자리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이다. 매일, 철마다, 아침저녁으로 바뀌는 풍경은 지루할 새가 없다. 눈을 감고도 그 풍경을 감상하는 우리 가족들이 신기할 뿐이다. 그들은 그저 누운 곳이 아닌 몸을 기댈 장소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무심코 몸을 누인 곳이 우연히 모두 같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걸 매일 보는 나는 웃을 뿐이다. 잠시 내 가족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소파가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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