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_아홉수 인생

by 혜성
‘아홉수’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으나, 새로운 시작 직전의 긴장감을 반영한 미신이다.
10(완성)의 직전 숫자로, 변화의 마지막 관문이나 불안정을 상징하기도 한다.


얼마 살지 않은 내 인생에서 ‘아홉수’의 시기는 특별했다.

아홉 살을 제외하고는 총 두 번의 큰 ‘아홉수’를 겪었다. 빠른 년생이던 나는 19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을 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는 내가 살던 지방도시를 벗어나고 싶다는 강한 생각에 사로잡혀 잘 다니던 대학을 몇 개월 만에 그만두는 결정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수능과 미대 입시를 다시 도전해야 하는 상황은 그 당시 나잇대의 참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때 당시의 심경 변화가 지금의 나로서는 명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태어나서 쭉 살던 곳을 벗어나 서울로의 상경을 고민하였고, 그 고민에 대한 결정은 굉장히 충동적이었다고 기억한다.


덕분에 10대의 끝자락에서 나에게는 사는 곳과 주변 사람, 가족으로부터의 독립 등 인생에서 굉장히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그 엄청난 변화는 내가 인생을 돌아볼 때 가장 잘한 일로 손꼽는 것 중 하나이다.

그러고 나서 20대의 끝자락에 나는 또 다른 ‘아홉수’를 만나게 되었다.

이 시기에도 예전의 그 강렬한 심경변화는 또다시 나를 찾아왔다. 회사를 다니고 있던 도중 충동적으로 지원했던 대학원에 덜컥 합격을 하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학생 시절 멋도 모르고 정한 전공을 조금 벗어나 다른 일을 하며 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배움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 어린 시절 꿈꾸던 ‘좋은 학벌’에 대한 로망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물론 일과 학업을 병행하기 굉장히 고되었지만, 전공 분야 중 국내에서 인정받는 대학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덕분에 20대의 끝자락에서 나에게는 새로운 관계와 학업을 통해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더불어 20여 명의 동기들 중에 제일 먼저 논문이 통과되어 가장 빠른 졸업생이 되었고, 이것을 통해 이름 있는 회사에도 입사를 하게 된다.




어쩌면 나는 내가 10대와 20대의 긴 시기동안 도전해 보지 못한 것을, 그 끝자락이 되어서야 겨우 용기 내 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작은 용기 덕분에 나는 생각보다 크고 과분한 결과를 얻었다. 두 번의 큰 ‘아홉수’를 거치면서 나는 내가 조금만 더 용기를 내어 매 순간 살아간다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이것은 ‘나’라는 사람이 대단한 사람이어서 아니다. 안타깝게도 과거의 나는 그저 다치기 싫어서 뛰지 않았고, 상처받기 싫어서 숨어버렸었다. 그래서 그 중요한 도전들을 아홉이라는 숫자까지 미뤄두었던 건 아니었을까.


그런 나약한 겁쟁이던 나에게 찾아온 30대는, 더 이상 아홉수가 찾아오기까지 기다리지 않으려 한다. 매년 나는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하고 있다. 그것이 거창하고 멋진 것은 아닐지라도, 더 이상 어렸을 적의 모습처럼 주저하며 시간을 보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결과가 좋던 나쁘던 중요하지 않다. 나는 30대의 ‘아홉수’가 되어 지금을 돌아볼 때 후회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더불어 하지 못한 것들이 마음에 남아있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숨지 않고 이제는 당당히 맞서본다.

매번 생각만 하며 접어두던 것을 펼쳐본다.

무언가의 끝자락에서는 아쉬움보다 이미 더 큰 어떤 것을 품에 안고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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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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