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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주 Aug 01. 2023

별마로빌리지 : 아직 독립은 좀 힘들어서..

캠핑은 장비를 살 때가 가장 행복한 거라며?

지난번의 캠핑 맛보기 이후, 올라오는 길에 바로 텐트를 사버린 것에 이어 주구장창 장비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뭔가 몇 번 가고 안 갈 수 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서인지, 장비 사는 것을 비롯한 초기 투자에 굉장히 인색했던 생각이 난다.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의자+테이블+텐트+에어매트를 기준으로 150만 원만 쓰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첫 캠핑도 나가기 전에 200을 훨씬 넘겨 장비가 사들여졌다.


여기서 캠핑에 빠지게 된 두 번째 이유는.. 장비를 사는 것이 너무 재밌었다! 아이템마다 비교할 것이 많았고, 하나하나 고르는 재미가 남달랐다. 식기 도구 하나를 사도 선택지와 가격대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그걸 비교하고 골라서 선택하는 과정들이 우리 부부에게 너무 재밌는 일이었달까?

고릴라캠핑, 고래캠핑 같은 캠핑용품점을 주말마다 돌아다녔고 집이 서울 동북쪽인데 김포까지 찾아다닐 정도로 열과 성을 다해 장비를 사들였다. 그러니 150은 당연히 택도 없는 금액이었을 터. (동생이 50만 더써~라고 했던 것도 정말 작게 잡아준 예산이었구나 싶다..ㅋㅋ)




이의자 저의자를 앉아보고 고심 끝에 결정하고 나니 그 의자에 맞는 테이블이 필요했고, 테이블을 사고 나니 음식 재료를 담아 다닐 쿨러를 사야 했다. 다음으로는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15CM짜리 에어야크 에어매트를 샀는데 이것도 금액이 만만치 않았다. 매트를 사고 나니 그에 맞는 매트커버와 베개가 필요했고 사이트를 꾸밀 접이식 선반도 사야 했다. 노래를 들으려니 블루투스 스피커도 필요했고, 어두울 때 필요한 조명을 사야했고, 음식을 해 먹어야 하니 구이바다도 샀다..... 그런데도 아직도 한참 멀었다.


일단 가서 먹고 자고 앉아 쉴 수 있는 것까지만 준비해서 동생네와 함께 팀캠핑을 예약했다.

장소는 영월. 사이트 바로 옆으로 얕은 계곡이 흘러 아이들이 놀기 좋았고, 사이트도 깨끗하고 관리실도 관리가 잘 되고 있었다. 그때는 사이트 고를 줄도 몰라서 어버버 따라가서 놀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괜찮은 캠핑장이었다고 생각한다.


딸이 직접 고른 노란 피카추의자와 '초보가 피칭하기 쉽지만 감성은 버리지 않으면서도 관리가 쉬운 텐트'라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는 ZED7-2(제드 세븐-투)로 캠핑을 시작한다.


캠핑은 너무나도 즐거웠다. 한 여름이었음에도 강이 있고 나무그늘이 있으니 선선하고 상쾌했고, 음식은 맛있었고 술맛이 났다. 

다만, 캠핑장에 있어보니 우리에게 부족한 게 너무너무 많았음을 다시 한번 깨우치게 되었고 우리는 또 장비를 사야 되는 거겠구나 생각하게 되었달까? 그래도 다행인 건, 동생네와 함께했던 캠핑이어서 써보고, 해보고 장비를 살 수 있었어서 시행착오를 좀 줄일 수 있었다. 어떤 게 쓰기 편하고 효율적인지 어느 정도는 아는 상태에서 살 수 있어서 중복 지출을 최대한 줄였다고 위로해 보면서..


별마로빌리지에서의 캠핑 후에 우리는 독립캠핑을 떠나게 된다. 그때도 살 거 다 샀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미니멀캠퍼에 지나지 않았던 날들인 듯한데.. 지금 첫 피칭 때의 사진을 보니 그 설레고 상큼했던 기분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듯하다. 올해 별마로에 다시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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