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가족관의 가치와 유대의 힘을 믿었던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다다미 쇼트를 빌려와 시작하는 어느 가족의 오프닝은 이 영화 역시 유대감을 강조하는 가족 영화인가 착각하게 만든다. 중반까지 거의 모든 장면들이 가족 구성원들의 유대와 소소한 웃음에 집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즈의 쇼트가 계속해 등장하기 때문에 이 생각에 더욱더 힘이 들어간다.
말 그대로 주워온 아이인 린을 다시 친부모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할 때, 노부요는 친부모의 싸움과 린에 대한 폭언을 엿듣고 주저앉아 안 그래도 낮은 쇼트의 최하단까지 내려와 카메라와 시선을 맞추게 된다. 그리곤 린을 다시 데려가 키우기로 결심한다. 어느 가족에 계속해 등장하는 낮은 쇼트는 오즈의 다다미 쇼트가 아니라 가족이 간절하게 필요한 어린아이의 눈높이 쇼트, 린의 시선이었던 것이다.
모든 장면에서 반복해 등장하던 특유의 낮은 쇼트는 할머니가 사망하고 쇼타가 도둑질로 붙잡힌 후 이 유사 가족이 분열되면서부터 급격하게 등장이 줄어든다. 이때부터 카메라는 인물들의 얼굴을 정면으로 클로즈업해 잡기 시작하는데 영화가 이야기하는 주제 역시 인간의 유대에서 현실적인 사회문제로 전환된다. 또한 전반부에서 조금 특이하지만 아름답게 쌓아 올렸던 인물들의 유대가 사실 전부 허상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을 제시하기도 한다.
결국 와해돼버린 이 유사 가족은 서로에게 서로가 정말 필요한지, 사회는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강조하지 않고 질문을 남기며 퇴장한다. 그러다 중반부까지 영화를 지배했던 낮은 쇼트가 엔딩씬에 와서 다시 한 번 등장한다. 엔딩씬에서 린의 시선은 화면 상단에 위치하고 밖을 바라보는 것으로 영화가 끝난다. 린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었을까? 누군가를 본 것이었을까? 보이지 않는 폭죽쇼에서 소리만 듣고 폭죽 모양을 상상해 보듯 우리도 그저 린의 시선이 머문 이유를 상상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