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x 년도 3월 1일에 3차 종합병원 응급실 간호사로 입사하여 그다음 해 이사로 인해 6월에 퇴사, 현 병원 8월까지의 경력으로 계산하여 총 18개월의 경력이 나에게 쌓였다.
벌써 내가 2년 차 응급실 간호사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진 모르겠지만 내가 입사할 당시 같은 지역의 모 대학병원들이 파업을 하여 내가 다니던 병원의 응급실로 환자들이 모두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루는 바람에 나는 경력에 비해 수많은 케이스의 환자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또한, 나는 약 2개월 반의 교육 및 프리셉터-프리셉트 기간을 거쳐 '마이 페이션트' 파트로 독립을하는 바람에 타 동기들에 비해 빠르게, 그리고 더욱 깊고 다양하게 환자들을 간호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아, 프리셉터-프리셉티란 일반 직장인들 말로 풀이하자면 직속 선배와 직속 후배 개념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입사해서 배워야 할 전반적인 사항을 옆에 딱 붙어서 알려주는 나만의 스승님, 직속상관 정도라고 하면 딱 좋을 것 같다.
내 프리셉터는 다시 생각해 보아도, 빛 그 자체였다.
나는 입사 당시 총 5명이서 3월 신규로 입사하였고 그중 두 번째로 나이가 많았었다.
남자들이야 군대가 있고 해서 나이가 찰 수도 있었지만 나는 편입을 하여 전공 분야를 바꾼 터라 타 동기들에 비해 나이가 많은 편이었다.
(물론 같은 20 대긴 하지만)
나에게 붙여진 프리셉터는 한 살 어린 4년 차 응급실 간호사였다.
첫인상은 '귀엽다' 정도.
내 성격이 어느 누구에게도 와하며 먼저 다가가는 편이 아니라 사실 어느 누가 나의 프리셉터를 했었을지라도 똑같은 반응이 나오지 않았을까?
2주간의 전체 신규 간호사 입사교육을 마치고 응급실 현장 교육 간호사의 2주 교육을 마친 뒤 나는 내 프리셉터 '마이멜로디'를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전체적으로 고요했다.
어쩔 때는 활기찼지만 전체적으로 잔잔한 사람이었다.
마이멜로디는 응급실 내 마이페이션트 파트를 맡고 있었다.
잠깐, 그 병원의 응급실 구조를 설명하자면 크게 4개의 파트로 보면 될 것이다.
소생파트, 응급중환자파트, 준중환자 및 입퇴원 환자 관리파트, 경증 및 입퇴원 환자 관리파트 정도로 보면 된다.
마이멜로디는 경증 및 입퇴원환자 관리파트로 쉽게 'D'파트라고 하겠다. (순서대로 a, b, c, d)
해당 파트는 소생, 준중환자, 중환자 파트에서 호전되어 실시간으로 생체징후를 지켜보지 않아도 괜찮을 환자 또는 증상만 케어하고 가는 환자나 생사에 지장이 가지 않는 질환을 가지고 내원한 환자를 본다.
문제는 간호행위와 차팅, 주치의 노티 및 퇴원과 입원까지 혼자서 다 해야 하는 곳이었다.
이 병원은 특이하게도(이 응급실이 특이한 걸까) 나를 해당 파트에서 독립을 시키려고 하는 눈치였고, 그래서 내 프리셉터를 이렇게 붙여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마이멜로디는 꼼꼼한 사람은 아니었다.
1부터 100까지 하나하나 짚어가며 가르쳐 주는 타입은 아니었다.
"음.. 뭐부터 가르쳐 드려야 할지.. 저도 프리셉터가 처음이라.. 하하"
나는 오히려 솔직해서 마음에 들었다.
쉬이 말하는 '태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고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해주는 그녀가 난 참 인상 깊었다.
"아, 이분은 변비가 심해서 온 환자인데 관장하고 귀가하실 거거든요. 이 분 관리를 먼저 해보면서 전산 익혀 보실까요?"
지금에서는 정말 어렵지 않은 케이스의 환자였지만 그 당시에는 얼마나 떨렸었는지.
간호기록부터 처방을 어떻게 확인하고 받는지, 내가 이 간호 행위를 할 때 어떠한 물품을 챙겨야 하는지, 어떤 교육을 해 드려야 하는지, 환자와 관련한 노티는 어떻게 시작해서 오더를 받아야 하는지를 매우 간략하게 나에게 설명해 주었다.
심히 당황스러웠지만 실무에서 적용되는 방식으로 딱 짚어서 알려주니 오히려 심플했다.
사실, 동기의 프리셉터는 너무 깊게 알려주고 실무와 연관 짓지 못하는 교육을 받았다 하여 크게 걱정했으나 오산이었다.
"일단 환자가 오면 여기에 이름이랑 주증상이 떠요. 그거를 보고 저희는 무엇을 하겠구나라고 예상을 해요."
마침 한 환자가 3일간의 변비로 복통을 호소해 내원했었고 관장을 희망한다 했다.
"이 창에 들어가면 지금 실시간으로 떨어지는 처방을 볼 수 있고 현재 당장 받아서 수행할 처방과 잠시 홀드를 걸어 둘 처방을 사각체크로 저희가 확인할 수 있어요. 당장 하지 않을 검사라던지, 조금 의아한 처방 등등이 홀드에 걸리겠죠. 예를 들면 이 환자에게 엑스레이 처방이 2개 있잖아요? 프리 에네마 복부 엑스에이와 포스트 에네마 엑스레이요. 그럼 우리는 관장 전에 프리 엑스레이를 찍어서 배를 봐야겠고 관장 후 대변을 봤다 하면 포스트 엑스레이를 찍어 잘 나왔는지 확인을 해야 할 테니까 포스트는 홀드 하면 돼요. 처방은 이렇게 받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