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 리스크
지난해 여권으로부터 발의되어 시작된 중대재해 처벌법이 범 정치권의 이슈로 확산되면서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결국 올해 1월 입법화가 되었다. 노동계는 완전하게 노동자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지 못한 입법이라고 불평하면서 비판하고 나섰지만, 경제계에서는 안전사고의 사후 처벌 법안이 사고를 예방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심각한 경영위기를 초래한다는 입장을 줄이어서 발표하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중대재해 기업 처벌법 입법 이후 현대중공업, 포스코, 동국제강으로 이어지는 사망사고가 줄줄이 발생했다. 안전사고에 대해서 분명 경각심이 심어졌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중대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대재해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 시민 재해로 나누어지며, 그중 중대산업재해는 업무 또는 업무 관련 물리적인 요소에 의하여 1명 이상의 사람이 죽거나 6명 이상이 6개월 이상의 요양을 필요로 할 만큼 다치는 것, 또는 직업성 질병이 1년 내 3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기업 영업을 위해 종업원들의 활동이 위험에 노출되거나 그러한 위험들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된다면 너무나도 억울한 일일 것이다. 기업이란 수익을 추구하는 종이상에나 존재하는 집단이다. 사람과 같이 생명이나 인격을 가진 유기체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경영책임자의 지나친 욕심이나 충성심으로 인해 적절한 안전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그로 인해 누군가 사고를 당한다면 당연히 그 경영책임자가 벌을 받아야 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사고라는 녀석은 한두 가지 이유로만 발생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사고가 난 후 귀납적인 방법으로 원인 조사를 하다 보면 사고는 필연적이었던 것으로 둔갑하여 노동계와 언론계는 해당 기업을 살인기업으로 몰아가지만, 그런 행태들이 다른 사고를 예방하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여러 차례 입증되었다. 심지어 지난 2020년 연이은 중대재해로 인해 노동부 현장감독을 받고 있던 현대중공업은 감독 기간 중에도 중대재해가 발생하여 노동부나 정부의 입장이 상당히 난처했을 것이다. 이쯤 되니 정치권에서는 사고예방의 수단으로 더욱 강력한 규제를 카드로 빼어 들었고, 경영책임자는 살인자 수준의 프레임으로 씌워지고 이런 분위기에 반기를 드는 것은 마치 살인을 옹호하는 것처럼 치부되어 여론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과연 경영자의 책임을 형법으로 관리하겠다는 중대재해 처벌법은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데에 효과가 있을까? 효과가 있다는 것은 그동안 발생한 사고의 원인이 경영책임자의 의사결정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될 것이지만, 만약 사고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구속될 수도 있는 경영책임자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이후 양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안전이나 품질보다는 생산성에 초점을 맞추어 쉬지 않고 달려왔다. 그 결과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빠른 속도의 급성장을 이루어 냈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노동자들이 죽거나 병들어 가는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생명의 소중함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정부는 1982년부터 산업안전보건법을 제정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주와 근로자의 의무를 정의하고 이후 꾸준히 발전시켜왔다. 물론 오랜 기간 동안 기업들은 그동안의 관습대로 안전보다는 원가절감에 지속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기는 했지만 경제성장에 따른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안전에 대한 의식 수준도 많은 부분 향상되어 아래 표와 같이 10만 인 치명률은 계속해서 감소하는 진전을 이뤘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간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데에 있다. 산업재해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한 현 정부는 여러 가지 정책에도 산업재해가 줄어들지 않자 강력한 규제를 카드로 내세웠다. 2020년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여 법의 보호 대상과 책임주체를 확대하는 등의 조치가 된 지 1년도 안되어 중대재해 처벌법이라는 산업안전보건법과는 별개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을 입법화했다.
중대재해 처벌법의 요지는 크게 보면 중대재해에 대한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책임의 범위와 대상, 강화된 처벌, 징벌적인 손해배상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 중 결과에 대한 책임과 처벌, 손해배상의 여부가 결정되는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포괄적으로 명시되어 있어 사고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에 의한 것임을 감안했을 때, 앞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는 최소 1년 이상의 징역으로 명시되어 있는 처벌 조항을 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결과에 대한 처벌 강화가 사고 예방 장치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고는 경영자의 의사결정 오류에서 오기도 하지만, 한 가지 이유만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경영자의 의사결정의 오류는 그 자체로는 허점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의사결정을 실행하는 행동이 있어야 사고가 날 수 있는데, 그런 과정에서 작업환경, 분위기, 기후, 사람의 부주의한 행동 등에 의해 복합적으로 사고라는 결과물이 만들어진다. 사실 이런 조합은 경영자가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해도 마찬가지이다. 단지 사고가 발생하는 확률과 그에 대한 기여도의 문제일 뿐이다. 복잡한 인과관계를 가진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치계, 경제계, 노동계가 파트너가 되어 함께 고심하고 노력해야 할 사안임에도, 정치계와 노동계는 경제계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이렇게 되면 기업이 살아남거나 망하고의 문제를 떠나 본래 입법 목적인 사고를 줄이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는 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