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현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요지는 부동산 정책과 교육정책에 대한 실패를 꼬집은 것인데, 자꾸 바뀌는 정책 때문에 국민들에게 혼란만 주면서 효과는 기대했던 만큼 얻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그중 대학입시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내가 수험생이었던 20여 년 전부터 정치가들이 손대기만 하면 무조건 실패하는 정말 까탈스럽기에 최고 분야였던 것 같다. 학력고사, 본고사, 수능, 논술, 내신 등 때로는 시험 체계를 완전히 바꾸기도 하고 때로는 몇 가지를 조합한 평가 제도를 내놓기도 했지만, 제도가 바뀔 때마다 사회의 혹독한 비판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심지어는 자주 바뀌는 제도로 인해 수험생들에게 혼란만 준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시험제도가 바뀌지 않고 유지되던 해에도, 시험 난이도가 쉬웠다 어려웠다로 변별력에 대한 문제를 지적당해야 했다. 이러한 현상은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에 들어갈 기회가 많아진다는 인식, 그러한 인식과 인기 때문에 좋은 대학에 집중되는 우수한 교수진, 대입에 올인하는 학부모들의 사교육 열풍, 좋은 대학에 들어간 인원수로 실제 평가가 좌우되는 중고등학교, 우수한 학원가가 몰려있는 강남의 집값 상승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서로 물고 물리는 인과관계가 형성되어 대한민국 교육계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문화적인 맥락이 포함되어 있는 교육 분야를 단순히 몇 가지 정책을 통해 바꿀 수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우수한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성공하는 사례들이 많이 나와줘야 서서히 종전에 자리 잡고 있던 인식들이 사그라질 테지만, 우리나라 최고 대학을 나와도 취업 관문을 뚫기가 어렵다는 소식을 접하다 보면 쉽지 않은 일인 것만 같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구조상 가장 많은 수가 45~59세에 분포하고 있으며, 그 위아래로 감소하는 형태를 보인다. 어느 선진국이나 마찬가지 현상이기는 하지만, 사회 전체가 노령화되어가면서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는 역피라미드 형태가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교육 이야기를 하면서 갑자기 웬 뜬금없는 인구 이야기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취업과 연계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고령화가 문제라고 하지만 사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 의료기술의 발달과 식생활의 개선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는 예전에 비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보니,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하지 않고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한 뒤 세대들이 물려받을 일자리가 필요만큼 생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막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발을 디디려고 하는 청년들에게 취업 관문은 바늘구멍만큼이나 작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2020년도 국내 4년제 대학 졸업생들의 예상 취업률은 44.5%로 졸업생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될수록 좋은 대학에 대한 선호도는 더 올라가고, 부모들의 사교육비 투자는 점점 증가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듯하다.
한편, 대학을 졸업한 이후 직장에 취업하는 경우 대부분의 신규 취업생들은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그대로 써먹지 못하고, 업무에 대한 지식을 기초부터 다시 습득한다. 취업생들은 직장에 들어가자마자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자신들이 그동안 공부해온 시간들의 헛됨을 깨닫는다. 그 수준 높은 지식과 문제 해결 과정들은 전혀 쓸모없진 않지만 과연 그만큼의 가치를 하는가에 대해 혼란을 일으킨다. 이는 대학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보다는 어느 대학 어느 과를 나왔냐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풍토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최종 관문처럼 여겨졌던 직장에 들어가고 나면 그곳에서 요구되는 지식은 고작 중학교 때 일반적으로 배웠던 수준 정도로도 업무를 해 나가는데 무리가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생 절반 동안의 시간을 투자한 영역은 점점 잊혀 가고, 사회에 처음 들어서면서 배운 지식만 남아 있게 된다. 그것들은 대부분 소통, 협상, 창의력, 기획, 영업, 위기관리 등 학교에서는 배우지도 않는 것들이다. 그나마 ‘영어’ 정도가 실제 업무에 많이 쓰이기는 하지만, 언어 전공이 아닌 경우에는 대부분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이런 실용적인 학문이 아닌 대학교수를 꿈꾸는 사람이나 연구실에나 적합할 듯한 지식들을 위해 어째서 금쪽같은 젊은 시절을 투자해야 할까?
출처: Coursera
최근 초고속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새로운 교육 형태인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대규모 온라인 공개수업) 플랫폼이 각광을 받고 있다. 5G 네트워크가 물리적인 거리와 시간의 경계를 뛰어넘어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교육들이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전의 지루했던 ‘사이버 교육’의 형식을 떠나, 10분 안팎의 강의 영상들을 기반으로 학점뿐만 아니라 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는 과정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탠퍼드의 앤드루 응(Andrew Ng) 교수가 만든 Coursera라는 플랫폼은 스탠퍼드, 하버드, MIT, 옥스퍼드 등 유명한 대학교수들의 강의를 무료로 제공해 주고 있으며, 수업료를 내고 강의에 참여하여 일정 과업들을 수행하면 학점을 인정해 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유명 대학들의 학부와 대학원 과정까지 온라인을 통해 인정받을 수 있으며, 학비 또한 정규 오프라인 과정에 비해 월등히 싸다. 과거 혹은 현재에도 외국에서 대학을 나오거나 정규대학원을 나오려면 학비를 포함해 1년에 약 1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이 정도 비용을 들여 학위를 받게 되어 좋은 직장에 취직한다면, 학위를 따기 위해 들어간 비용을 회수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얼마나 될까? 대졸 평균 임금 이상을 받더라도 소위 우리나라에서 좋은 기업이라고 불리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경우 초임 연봉이 5천만 원을 넘기기 힘들다. 그렇다고 볼 때 4년 동안 4억을 투자한 경우 연봉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으면 8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물론 세전 기준 연봉이므로 실제 수령하는 금액은 더 적고, 한 푼도 안 쓰고 모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므로 실제로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직장에 들어가면 선배들이 늘 해주는 말이 있다. “돈은 월급으로 버는 게 아냐, 재테크로 버는 거지” 물론 부모님들이 경제적인 사정이 좋아 지원을 해준다면 회수해야 된다는 부담은 덜겠지만,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 대비 수익)을 따져보면 그 시간에 연봉이 적더라도 업무 커리어를 쌓는 게 더 나은 투자 일 수도 있다.
한편 코로나로 인해 기존 오프라인 대학들의 교육방식도 온라인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벌어졌다.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대학들도 혼란에 빠졌으며, 부랴부랴 비대면 교육시스템을 갖춰서 강의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비대면 수업 도입 초기에는 비대면 교육방식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지인 교수님들의 말씀에 의하면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강의 속도를 조절하거나 토론 수업을 유도하는 것이 어려워 예전보다 강의가 힘들어졌다고 입을 모아 실토하셨다. 학생들도 그전에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질문도 하고 다른 학생들의 의견도 들어봤는데,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면서 질문하거나 의견을 말하기가 힘들어졌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바뀐 방식에서 대학생활의 많은 부분을 누리지 못하고 강의의 질도 떨어지는데 학비를 똑같이 부담해야 되는 사실에 분개하고 나서는 경우도 많아졌다. 온라인 강의만 듣고 캠퍼스에 나가서 이전의 대학생들과 같은 캠퍼스 생활을 못하는데 왜 같은 돈을 내야 되는가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시험을 치를 수 없다 보니 학점을 평가하는 공정성에 시비가 걸리기도 한다. 기존에는 해보지 않았던 방식의 수업 형태를 도입하다 보니 여러 가지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고, 2020년 입학을 한 20학번의 대학생들은 최악의 경우 대학생활 4년 중 최소 2년을 이런 식으로 온라인 형태의 교육을 유지해야 할 수도 있다. 이들은 자신이 “사이버 대학생”이라는 우스갯소리로 씁쓸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굳이 우리나라 대학에서 어렵게 온라인 강의를 들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될 수 있다. 이미 캠퍼스의 낭만은 취업 준비와 고된 알바로 인해 사라진 지 오래다. 오프라인 대학의 장점이라면 수업 시간에 주고받는 질문과 의견들을 통한 인사이트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 과연 그만큼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은 얼마나 될까?
오프라인 교육의 단점도 따져봐야 한다. 오프라인 교육은 1회 성에 그쳐, 해당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이해도가 떨어지는 상태에서 다음 수업으로 넘어가야 되고, 수준이 낮다고 생각되어도 진도에 맞춰 나갈 수밖에 없다. 커리큘럼이 중간 정도의 레벨에 맞추어져 있다 보니 수준에 맞는 교육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수업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 물어보고 싶은 질문도 마음껏 할 수 없다. 수준 낮은 질문의 경우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되지만 수업 시간 중에 인터넷 검색은 관례상 허락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기존의 교육시스템이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에 비해 온라인 교육은 자신의 수준에 맞게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만 제공하는 수업의 경우는 오프라인에 비해 강점이 덜 할 수 있겠지만, 재 청취가 가능한 수업의 경우, 혹은 미리 촬영이 다 되어 있는 수업의 경우는 필요에 따라서 이해가 될 때까지 여러 번 듣거나, 당신이 잘 이해가 안 가는 부분만 골라서 들을 수 있다. 오프라인만의 장점이라고 생각되는 질문이나 의견 교환도 질문하기나 댓글 달기 기능들이 제공되는 플랫폼들이 많아 얼마든지 의견 교환이 가능하며, 또한 사소한 질문들은 일부러 질문을 올리고 기다릴 필요 없이 그때그때 궁금할 때마다 누가 간섭하거나 보는 사람도 없으니 검색도 마음껏 할 수 있다.
자, 이런 체험을 해본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앞으로의 교육은 어떻게 변할까? 그동안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문제로 지적되던 “들어갈 땐 어렵지만, 나오긴 쉽다”의 문제는 대학 졸업생들을 채용하는 기업들에게는 큰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우수한 대학을 졸업해서 어느 정도 실력이 보장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채용해보니 아는 건 별로 없는 맹탕인 경우도 많이 있고, 대학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졸업은 되니 학생들의 동기부여도 약한 것이 사실이었다. 최근 취업을 위해 학점을 잘 받기 위한 평가 위주의 학업에는 예전과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지만, 그것 또한 대학 본연의 학습방법과 평가 방식에 제한을 주어 제도권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에 비해 해외의 대학들은 우리나라 대학과는 달리 물론 우수대학은 들어가기도 힘들긴 하지만 졸업장을 받는 것은 우리나라 대학들에 비하면 정말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졸업장을 가지고 있으면 별도의 취업 준비를 위한 시험을 보거나 자격증을 딸 필요가 적어진다. 온라인으로도 그런 해외 우수대학들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대학입시에, 특히나 졸업장이 당신의 실력을 담보해 주지 않는데도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면서 목숨을 걸 필요가 있을까? 그동안은 대학입시가, 또한 그로 인한 우리나라 교육 전체 시스템이 정치인들의 영역이었다면, 이제는 개인 필요에 의한 자율적인 영역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중고등학교 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경험하고 시도해 볼 틈도 없이 학교와 학원에 내던져지고, 대학에 들어간 이후에도 취업 입시에 아까운 젊은 날들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도 더 적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국내 대학보다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해서 세계 최고의 교수들에게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점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때로는, 비록 온라인이지만 우리나라 대학에는 없는 노벨상을 수상한 교수들에게 강의를 들을 기회도 있다.
온라인 대학교육의 장점은 이외에도 다양하다.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오프라인 대학과는 달리 많은 이점이 생길 수 있다. 심지어 여러 대학을 동시에 다닐 수도 있고, 다른 대학에서 수학 하는 학생들과의 교류도 오히려 더 쉬워질 수 있다. 일을 하면서도 학위를 딸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전공을 쉽게 바꿀 수도 있다. 여기에 제도적인 부분까지 뒷받침해 준다면 교육의 모습은 지금과는 완전히 딴판으로 바뀔 수 있다. 이후 부분에서 온라인 교육의 상세한 장점과 제도가 어떻게 뒷받침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