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경험의 관계

지식의 성장

by 브래드
u5RJXGxxs3gLAwB3XsC3T1CIyCYtw-sdocA8JNNYWuuZlTim5sHadeCBhZKJ8Gab55m8wYVf9aJOWeAgtE32dcmR74r-FTCKCOsNPtcHwSX9ufWz3Izr8GbVIbQFhfPgKE7fES_T 출처: merrygolearn.com


이론이 중요할까? 경험이 중요할까?

학교에서 혹은 직장에서, 또는 의외로 술자리에서 가끔 맞닥뜨리는 이슈인가? 당신의 생각은 어떤지 묻고 싶다. 이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아마도 경험의 시간적, 공간적 한계와 현실의 인식에서 오는 오류에 대해 생각했을 것이다. 반대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이론으로 설명하기 힘든 실전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떠올렸거나, 현실 세계가 이론과 다르게 벌어지는 괴리감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연구소에서, 또는 실험실에서 학문적인 탐구를 주로 수행하는 교수님들이나 학생들, 연구진들은 이론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고, 직장에서 매일 현실의 문제를 맞닥뜨리는 직장인들은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당신이 이론을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면 경험은 중요하지 않은 부분인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둘 중 하나만 중요하고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당신이 사소한 이론조차 현실에서는 예외 상황이 존재한다는 경험을 해보았거나 현실 세계에서 이론을 몰라 당황한 기억이 있다면 말이다.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아마 그런 주장을 한다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처럼 끝나지 않는 반박이 무한 번 반복될 것이다. 우리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은 지식의 이 두 가지 가치가 서로 배타적인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아차! 하고 생각하면서 그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둘 다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고, 여전히 한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두 가치가 배타적인가의 질문을 던졌던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 가치가 서로 배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마치 그런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 현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이론가들,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실무 경력자들은 우리 주변에서 수도 없이 볼 수 있다. 어떤 형태로든 이런 사람들이 세월이 흘러가면서 해당 분야에 오래 남아있을수록 ‘헛똑똑이’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세월의 힘이 그의 자산이 되어 조직과 사회의 성장에 도움을 주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이론을 연구했거나 오랜 경험을 한 사람들을, 사회는 전문가라고 불러준다. 당신이 아는 전문가를 몇 명 떠올려 보자. TV에서 나온 전문가도 좋고 당신의 조직에서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이거나 당신이 속한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나고 있는 전문가도 좋다. 그들은 문제에 대한 설명만 듣고도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눈앞에서 벌어지듯이 그려 내거나, 현실 문제의 근본 메커니즘을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오히려 사람들이 원칙대로 행동하지 않아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거나, 현실은 이론과 다르다고 단언해버리고 이론가의 말 따위는 무시해버리지 않는가?

현실 문제의 상황에 닥쳤을 때 해결해 가는 방식을 떠올려 보자. 많은 문제 해결의 접근 프레임들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문제 정의 -> 현상 측정 -> 근본 원인 도출 -> 해결안 도출 -> 문제 해결의 순서로 연결된다. 당신은 문제 상황에 놓였을 때 현상에 대한 해석과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들을 시작한다. 현상으로부터 수집한 많은 자료들이 직관적으로 문제의 근본 원인을 말해준다면 크게 고민할 것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수두룩하다. 당신은 경험을 바탕으로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지를 되짚어보고 필요하면 당신보다 더 많은 경험을 했거나 문제에 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볼 것이다. 많은 시간 고민과 조사를 통해 왜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지 이유를 알아냈다면 자신이 매우 대견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당신과 똑같은 고민을 미리 했었다면 어떨까? 그는 이미 그 문제를 분석해서 근본 원인을 밝히고 해결책까지 도출해서 이론을 정립했다.(기업에서는 이걸 표준화라고 한다.) 심지어 실제 적용을 통해 검증까지 했다. 당신이 현상을 파악하고 근본 원인을 찾는 데까지 쏟아부은 시간과 스트레스는 별 볼일 없는 것이 되어 버린다. 그나마 검증된 방법과 동일한 해결책이라도 내놓으면 다행인데 당신 혼자 고민해서 이미 나와있는 해결책조차 내놓지 못할 수도 있고, 엉뚱한 방법을 고안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고생을 안겨다 줄 수도 있다. 그것만이 문제인가? 당신은 이미 여러 번 동일한 문제 상황에 놓이게 되었음에도 매번 소 잃고 외양간만 고친다. 그나마 전보다 외양간을 빨리 고치고 소가 멀리 도망가기 전에 잡아왔다는 것에 위로가 되었을지는 모르겠다.

당신이 이론가라면 문득 떠오른 문제 상황에 대해 가설을 내리고 실험적인 검증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다른 요인들을 실험실과 같이 통제할 수 없어 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벌어지는 현실 세계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다를 수 있음을 안다. 이럴 때 많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이론가들이 내놓은 방안이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 어떤 상황에서 그 방안이 작동하지 않는지에 대해 거침없이 술술 풀어놓는다. 이론가들은 경험가들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의심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들의 도움 없이 검증할 방법이 없어 혼란에 빠진다.

경험에만 의존하는 조직은 느리고 정체된다. 크게 실패는 하지 않지만 크게 성장하지도 않는다. 이론에 의존하는 조직은 실제 현실에 적용이 안 되는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다만 크게 성공하는 확률도 다소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경험에만 의지하는 조직은 대체로 전통 제조업 조직이다. 특히 장치 산업과 같이 큰 변화가 나타나기 어려운 업종, B2B 업종의 경우 그런 경향이 강하다. 경쟁자들과 1%~2% 앞서가려는 경쟁을 하다 보니 항상 어렵다. 하지만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도 쉽지는 않아서 쉽게 안주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은 엉뚱한 곳에서 경쟁자가 출현하게 되고, 고도의 학문적 지식과 경험을 무색하게 만드는 다른 차원의 접근으로 문제를 제거해버린다.

이론과 경험을 모두 전문가 수준으로 갖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론 없이 경험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현실 세계를 반영하지 못하는 이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론가 그룹은 경험가 그룹이 가진 지식을 존중해야 하고, 경험가 그룹은 이론가에 대해 역시 그렇다. 각 그룹이 상대 그룹의 영역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교차되는 영역을 넓혀가야 문제 해결 능력이 발전한다. 조직들이 이론과 경험의 영역으로 확대해가도록 돕는 것은 결국 리더이다. 조직이 문제 해결을 효과적으로 할 수 없다면 조직과 사회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결국 끊임없이 이론을 공부하는 실무가, 실무 영역에서 활동하며 지식을 검증해가는 이론가들이 많아져야 한다. 이론과 경험이 융합될수록 지식의 양과 질은 증가하고 조직과 사회는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장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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