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을 달성하는 방법: 전략적인 포트폴리오

by 브래드

RE100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들고 신재생에너지를 에너지원의 100%로 활용한다는 목표이다. 그렇다면 RE100을 달성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단순히 한국전력이 공급받는 모든 전기를 신재생에너지로 교체하면 될까? 한국전력에 전기를 공급하는 기존의 발전사업자들은 대부분 한국남동발전과 같은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사업자 혹은 한국수력원자력 같은 원자력 발전사업자로 신재생에너지와는 상대적으로 적은 부지에서 많은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물론 그들도 풍력이나 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으로도 확장하고 있지만 기존 발전 방식보다 훨씬 넓은 면적의 부지가 필요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모두 전환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우리나라 정부는 수년 전부터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장려하기 위해 개인 소유의 땅에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설비를 도입하도록 지원하고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민간발전사업자 지원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민간에서 생산한 전력 중 자체 소비하고 남은 전력은 전부 한국전력에서 매입해 주고 전력 요금 부담뿐만 아니라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라는 신재생에너지 인증서를 발급하여 시장에서 유상거래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RE100 은 크게 보면 두 가지 형태로 달성할 수 있는데 하나는 신재생에너지로 기존의 에너지를 대체하는 방법, 또 하나는 REC를 획득하여 제출하는 방법이다. 참고로 1 REC는 1 MWh로 인정해 주고 있지만 발전량과 동일하지는 않다. 상대적으로 발전단가가 높은 에너지원이나 설치단가가 높은 부지에는 발전량에 일정 가중치를 적용하여 REC를 발급해 주고 있다. 예를 들면 현재 해상 풍력발전의 경우는 1 MWh 당 2~3.5 REC와 같은 방식이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식 혹은 REC를 거래하는 방식은 세부적으로 총 5가지의 RE100 이행수단으로 만들어지는데, 녹색 프리미엄, 3자 PPA 거래, REC 구매, 자가발전, 발전소 지분 참여가 그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통일되어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고,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5가지 옵션을 적절히 조합하여 RE100 달성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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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녹색 프리미엄은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한전에서 받아 사용한다는 의미로, 화석연료 발전 단가와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 차이만큼 가격에 프리미엄이 붙여 지불하게 된다. 이를 통해 거둬들인 프리미엄 수익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생태계를 지원한다는 의미이나, 우리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로 인정해 주지는 않고 있어 사실상 기업들이 선택하기에는 불리한 옵션이다.


두 번째로 3자 PPA 거래(Power Purchase Agreement: 전력 거래 합의)는 민간 발전사업자와 에너지 수요기업이 직접 에너지를 주고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망 제공자인 한전에 제출한다는 의미이다. 거래 단가는 발전사업자와 수요자 사이에서 결정이 되고 수요자는 한전 측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면 된다. 얼핏 보면 녹색 프리미엄과 비슷하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가격이 공급자와 수요자 둘 사이에서 결정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시장의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불균형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세 번째로 REC 구매는 현재로서는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옵션으로 단순하게 REC만 공급자에게 구매하여 인증수단으로 제출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되면 REC 구매 비용으로 지급한 돈이 공급자에게 인센티브로 작용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공급자로 시장에 참여하게 된다는 유인이 된다. REC 거래 가격은 시장의 상황에 따라 변동되는데 현재까지는 탄소 배출에 대한 기준이 높지 않아 가격이 많이 하락한 상태이다. 하지만 탄소배출권 규제와 RE100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면서 REC 가격 역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증을 수행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올수록 REC의 수요는 급증할 것이고 기업들은 안정적인 REC 구매 가격을 예측하기가 힘들어진다. 상황에 따라서는 REC가 투기 수단으로 바뀌어 기업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인식될 수도 있다.


네 번째로는 기업들이 직접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소를 설립하거나 매입하여 직접 에너지를 공급받는 자가발전 방식이다. 사업장 내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구축하여 자가 전력망을 사용하거나, 사외 부지에서 발전하여 한전 전력망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높은 설비투자 비용이 투입되고 매년 유지 보수 비용이 들어가기는 하나 별도의 프리미엄과 전력비용 없이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업장의 모든 에너지를 대체할 만큼의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사업장 크기보다 훨씬 큰 면적의 발전 부지를 필요로 하고, 발전설비의 수명이 30년 정도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다만 소요보다 더 많은 공급설비를 갖추는 경우는 잉여전력을 돼 팔아 추가 수익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지분투자는 직접 발전설비를 갖추는 방식이 아닌 여러 기업들이 지분 참여를 통해 발전 설비를 설치하거나 매입하는 방법이다. 생산된 전력은 지분율에 따라 공급받게 되고 운영은 전문 기업이 수행할 테니 기업 입장에서는 크게 손이 가지 않는 옵션이다. 또한 REC라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인증수단이기 때문에 굳이 국내에서만 지분투자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의 발전 부지가 부족하거나 충분한 용량을 구입할 수 있는 발전사업자가 없다면, 일조량이 풍부한 해외 국가의 값싼 부지에 발전설비를 투자하는 방법도 가능해질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5가지 옵션은 그 비용과 가격이 항상 일정하지 않고 변동폭이 존재한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수요의 증가, 발전기술의 발전 정도에 따라 변화할 것이며, 그렇다 보니 각 기업들은 한 가지 고정된 전략으로 대처해서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빌 게이츠는 최근 발간한 “기후 재앙을 피하는 방법”에서 현재의 잘못된 전략이 2050년도의 탄소제로를 아예 불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단순히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시설투자는 한번 투자하면 최소 15년간은 변경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어 “줄이겠다는 목표”는 달성할 수 있지만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는 달성이 안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들은 기업들이 매년 지출해야 하는 비용과 관련이 있고, 또한 달성 정도에 따른 생존 여부가 결정될 수 있어 옵션들의 구성 비율에 따른 포트폴리오 전략이 매우 중요해졌다.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5가지 옵션들의 비율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정해가면서 구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녹색 프리미엄이나 REC 가격, 3자 PPA 거래 가격은 시시때때로 변화한다. 자가발전이나 지분투자도 투자한 설비의 발전효율에 따라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지 못할 수 있고, 기후 상황에 따라 발전량이 예상보다 떨어질 수도 있다. 반면 잉여 신재생에너지는 별도의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 이렇게 수시로 변화하는 옵션별 특성에 따라 한 가지 고정된 옵션 비율은 심각한 문제를 가져다줄 수 있다. 또한 고정된 옵션 전략을 구사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옵션을 변경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 자가발전이나 지분투자 비율이 너무 낮으면 이러한 옵션은 비중을 늘리고 싶어도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60% 전환을 달성해야 하는 2030년이 9년밖에 남지 않았다. 기업들은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전략과 점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옵션들을 늘려가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위해 에너지 기획에 대한 프레임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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