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노사관계에 대하여

by 브래드
AIpTj1ZSv6FCqk4-m_NbBSd2TCFnodeOeb_LMdnqy5fzvCjMEp5A5h6t0aGaXQgLd03gOLutj5H-xWr6xxsiECyoUoj0YF36gESCmWiCGLy3pXczADhimyd2c6WVajzJLsGTk8zl 출처: 민주노총 홈페이지


최근 노조가 설립된 게임업계 관련하여 넥슨을 시작으로 종사자들의 연봉이 크게 뛰었다는 소식이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이직을 방지하기 위해 동종업계에서 임금 수준이 상승하면 나머지 회사들도 함께 수준을 맞춰줄 수밖에 없다. 회사의 관계자들은 비용이 많이 나간다며 울상을 짓지만 직원들과 지역사회는 환호하는 분위기이다. 오히려 이런 현상은 장기적으로 새로운 노동 가능 우수 인력들이 게임업계로 진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글로벌 게임 시장의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들도 많다. 직원들의 노조활동은 이처럼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이익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업계의 건전한 인력시장이 형성되도록 일조하기도 하며, 특정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업계 특성상 이러한 임금 인상은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반면 도가 지나친 강성노조들의 파업과 확성기를 통한 선전활동들이 직원들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소식도 자주 접하게 된다. 자신이 주문한 제품들의 일정 지연 리스크를 감수하고 싶지 않은 B2B 시장의 고객들은 노동쟁의가 심한 기업들에게 일감 주는 것을 꺼려하므로 무리한 강성노조들의 활동은 회사의 영업력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때문에 적정선의 노조활동의 강도와 회사의 노조 대응 정책은 직원, 지역사회, 회사의 경쟁력에 큰 영향을 준다.

노조활동은 회사에 대응하는 직원 개개인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고 직원들의 권익을 훼손시키는 회사에 대항력을 갖게 해주는 수단이다. 노조의 존재 당위성은 회사가 구성원들의 권익보다는 회사의 이익이나 오너의 이익만 챙기려고 할 때 성립된다. 실제로 경제가 막 발전하기 시작하던 1960~70년대에는 자본을 가진 고용주들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직원들을 위험한 일, 비윤리적인 일, 무리한 일들을 시키기 일쑤였고, 대부분의 고용자들은 고용주의 횡포에 당할 수밖에 없었으며, 심지어 정부는 회사에 열심히 기여하고 희생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윤리인 양 분위기를 조성해왔다. 개개인들은 부당한 처우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회사와 고용주에 대항할 수 없었기에, 부당함이 극치에 달하는 순간 같은 생각을 가진 노동자들이 단체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는 노조활동이 큰 사회 이슈 중 하나가 되기 시작한 시기였는데, 당시 노조활동을 했었던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시 노조운동의 키워드는 “인간답게 살자” 였다고 한다. 직원들에 대한 구타는 물론이고, 두발 규정까지 두어 경비원들이 가위로 머리를 자르거나 화장실 가는 것조차 정해진 시간에 허락을 받고 가야 했으며, 고용주를 비롯한 관리자들이 맘에 안 들면 조인트를 까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한다. 또한 위험한 업무도 적절한 안전시설 없이 지시하는 경우가 많아 당시 근로자들이 죽거나 다치는 상황도 많이 발생했었다고 한다.

분명 우리나라의 근로환경은 이러한 노조단체행동에 의해 사회 전반적인 의식변화를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비윤리적인 사례들은 공통된 규정으로 정리되어 노동법의 형태로 강제하거나 기업 자체의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에 의해 규제되고 있는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다. 노조는 이러한 노동법과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 의해 제대로 준수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지속적으로 불합리한 사항을 개선해나가는 역할을 한다.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조직별로 설정된 KPI(Key Performance Index: 핵심 성과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관리자들이 부분 최적화를 추구하다 보면 직원들의 권익이 저하되거나 약속된 수준이 악화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렇다 보니 회사와 노조는 대결구도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회사는 직원들의 복리를 축소하려고 하고 노조는 회사의 이익보다는 직원들의 권익을 확대하는 쪽으로 부딪힌다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

노사관계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에 대한 문제로 대입될 수 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잘해주면 직원들이 더욱 열심히 일해서 노사관계가 좋아지는 것인가, 반대로 직원들이 먼저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주면 회사는 처우 수준을 향상해서 노사관계가 발전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또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해서 직원들이 일을 열심히 안 하게 되는 것인가, 직원들이 일을 열심히 안 해서 회사가 처우를 하향하려고 하는 것인가. 어찌 되었든 이 관계는 굉장히 유기적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번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면 그 구조가 깨어지기 어렵다. 반대 역시 마찬가지로 한번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면 관계가 회복되기 매우 어려워진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리인 것처럼 어느 한쪽만 노력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도 어려워진다.

신뢰가 없다 보니 노조는 마치 회사가 망하길 바라는 것처럼 온갖 권익증진을 요구한다고 생각한다. 요구하는 거 다 들어주면 회사가 망한다고 말해봐야 아무도 믿지 않는다. 사실 이런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은 조직의 비합리성이 커지면 심각해진다. 조직의 비합리성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의사결정의 근간을 제공하는 가치의 우선순위 혼란과 비합리적인 구성원들이 많아질수록 커진다. 비합리성이 커질수록 논리적인 주장은 사라지고 무조건 우기 기식, 내가 맘에 안 드니 무조건 반대하는 식으로 협상의 방식이 형성될 수 있다. 비합리성이 커질수록 상대의 말을 들어보고 진정성을 판단하려는 노력이 줄어든다. 이런 비합리성은 노사관계에서뿐만 아니라 회사의 전반적인 의사결정의 속도나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켜 경쟁력에 큰 손상을 준다. 조직의 합리성이 높을수록 의사결정도 빨라지고 불필요한 업무가 사라진다.

조직의 비합리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먼저 채용에 대한 정책이 매우 중요해진다. 채용하려는 직원이 경력이 많고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어도 합리적인 의사소통이 어렵다면 채용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한두 명의 비합리적인 사람들이 목소리를 크게 내기 시작하면 조직 내 감염성은 커지기 때문에 그 영향을 고려한다면 채용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결정 요소가 되어야만 한다. 두 번째로는 회사 내부의 의사결정을 위한 가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모든 가치 요소들을 나열해 보고 그중에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조직원들의 혼선이 없다. 각자 우선을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면 소통이 안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면 자신들이 생각하는 가치의 우선순위를 주장하는 개인들이 자신들의 우선 가치를 주장하고 강요하게 되는데, 이런 개인들이 조직에 많이 남아있다면 조직의 비 합리성은 점점 확산될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의 창업주인 리드 헤이스팅스가 발간한 “규칙 없음(No Rules Rules)”은 넷플릭스의 혁신적인 채용제도와 인사제도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으며, 구글의 최고 인사책임자(CHRO)였던 라즐로복이 쓴 책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에서도 볼 수 있듯이, 혁신적인 기업들은 기업 내부 우수인력들의 복리 수준을 그들이 기대하는 수준보다 훨씬 상향하도록 대우해 주고 높은 인재 밀도를 유지함으로써 회사의 중요한 의사 결정들을 서로 공유할 수 있을 정도의 단단한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사람들이 생각이 모두 같지는 않아서 그 와중에도 불만이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공감대 형성이 단체행동의 원동력인 만큼 절이 싫은 중이 떠나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노조의 근간이 개인들의 불만이 모여 강처럼 불어난 것인 만큼, 회사는 노조의 목소리보다는 직원 개개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노조도 회사와 같은 단체이기 때문에 특성상 직원 개개인들의 목소리를 대표하지 않거나 세심하게 들여다보지 않고, 노조의 간부들의 성향에 따라 회사에 요구하는 항목들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회사는 노조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는 것이 직원들의 만족도를 진정으로 높이는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하며, 비합리적인 가치를 내세우는 개인들이 노조의 간부가 되어 직원들의 만족도와는 상관없는 요구들을 함으로써 회사와 대결구도가 형성되는, 그런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상황을 타파해야 할 것이다. 결국 회사의 전략적인 노력이 노사관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는데 중요하다. 노조의 노력은 그 태생을 생각해 보면 관계의 현상 유지 이상의 것을 기대할 수 없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RE100을 달성하는 방법: 전략적인 포트폴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