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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시계로 살아간다는 것

*― 2055년 5월의 어느 날, 미래세 일기*

by 서하


## 마음속 활주로에서


30년 전, 나는 비행기를 탈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활주로를 달릴 때 심장이 먼저 이륙할 것 같았고, 창공으로 떠오르면 세상의 소음이 점점 멀어졌다. 그 순간, 마음이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졌다.


높이 날수록 도시의 풍경은 작아졌고, 방금 전까지 거대하게 느껴졌던 활주로도 어느새 콩알만큼 작게만 보였다.

익숙함을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그 찰나,

나는 늘 '새로운 나'를 꿈꾸곤 했다.


그 시절, 비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또 다른 나를 만나러 가는 여정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마음속의 작은 활주로에서 조용히 이륙을 준비한다.




친정어머니



## 기억의 새벽, 어머니


30년 전의 어느 새벽.


무슨 인기척에 방문을 두드렸더니 어머니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침대에 앉아 계셨다. 90의 연세. 몸으로부터 오는 통증과 고통을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으셨다.


침대 시트는 오물로 더럽혀졌고, 말똥말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어머니의 얼굴엔 그저 '엄마를 부르는 아이의 눈빛'이 있었다. 그 순간 나는 큰딸이자, 어머니의 작은 엄마가 되었다.


지금 이곳은 2055년 5월. 많은 시간이 흘렀고, 어머니는 이제 더 이상 곁에 계시지 않지만 그 새벽의 공기와 시선, 작은 방의 온기는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 나만의 우주, 나만의 리듬


세상의 시계에 억지로 맞추려 애쓰던 시간도 있었지만 이제는 알겠다. 내 안의 시곗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이 바로 나의 우주라는 것을.


나는 더 이상 세상의 속도에 조급해하지 않는다.

우주의 시계가 흐르는 대로, 자연스레 내 마음을 열고 걸어가고 싶다. 내가 만든 리듬으로, 나만의 시간을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머니가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믿어주셨던 것처럼 나도 내 보배 같은 삼 남매를 믿고 기다려왔다. 믿음은 시간을 이기고, 사랑은 기억을 이어간다.


2055년 5월의 오늘, 나는 또 한 번 조용히 이륙을 준비한다.

내 안의 우주가 흐르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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