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나에게 다정해지는 중입니다”
늘 그랬던 것 같아요.
가족에게는 친구처럼 다정하게 다가가고,
웬만한 일은 말 안 해도 척척 해내는 사람이 되려고 애썼죠.
그래야 다들 편하고, 괜히 내가 미안해질 일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가끔 생각해요.
나는 나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오늘도 수고했어.”
“힘들었지?”
그렇게 말 한마디라도 건네주는 친구가
내 안에 있었던가 하고요.
삼남매를 키우던 시절이 떠올라요.
아침에 눈을 뜨면
머릿속에 할 일들이 쉼 없이 떠올랐죠.
아이들 아침 챙기고, 등교 준비에 허둥대고,
정신없이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스스로에게 늘 다짐했어요.
“할 수 있어. 조금만 더 힘내자.”
그렇게 숨 가쁘게 달려왔는데,
중년의 문턱에 들어서니
문득 멈춰서서 주위를 둘러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그제야 알게 되었어요.
나는 늘 마지막 순서였다는 걸요.
이제는 무리하게 결심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이제부턴 나만 생각할 거야!’ 같은 선언도 굳이 필요 없어요.
그저 지금처럼 살아가되,
너무 힘든 날엔 살짝 멈춰서도 괜찮다고
나 스스로에게 허락해주고 싶어요.
조용한 곳에 가서
솔직하게 말해보는 거죠.
“나, 안 괜찮아.”
그 한마디가 주는 위로가 얼마나 큰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요.
괜찮지 않은 날에도
괜찮은 척하느라 더 지치지 않도록.
얼마 전,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문장을 마주쳤어요.
그 한 줄에 괜히 울컥했어요.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었을까요,
아니면 나 스스로에게 해주지 못했던 말이었을까요.
그동안 늘 남에게 내어주던 다정함,
이제는 조금이라도 나에게도 나눠주자고 다짐해요.
아직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나를
괜히 먼저 내려놓지 않기로.
그리고 생각해보면,
지금의 나도 참 괜찮더라고요.
시간이 쌓인 만큼 단단해졌고,
조금은 느려졌지만 더 깊고 넓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이제는 세상이 정해놓은 길이 아니라
내가 걷고 싶은 길을 가고 싶어요.
하루 30분 글을 써보는 것,
처음 해보는 운동을 배워보는 것,
그동안 미뤘던 공부를 다시 시작해보는 것.
작고 사소해 보여도
지금의 나에겐 그게 도전이고, 의미 있는 일이에요.
어제는 용기 내어 휘트니스센터에 등록했어요.
‘이 나이에 무슨 운동을…’ 싶기도 했지만,
막상 몸을 움직이고 나니
잊고 있던 활력이 조금씩 돌아오는 걸 느꼈어요.
그저 땀 흘리며 내 몸에 집중했을 뿐인데,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몰라요.
오랜만에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진 것 같았어요.
살다 보면 어찌어찌 살아지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아지는 인생이 아니라
조금 더 ‘살아 있는 나’를 느끼고 싶어요.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다짐해요.
나를 사랑하며,
내가 할 수 있는 도전을
계속 이어가자고요.
지금 내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
그건 어쩌면 이 한마디일지도 몰라요.
“너 참 잘 버텼어. 그리고 앞으로도 괜찮을 거야.”
중년의 어느 날,
나는 비로소 나를 사랑하는 연습을 시작합니다.
늦지 않았어요.
이제부터가 진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