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너도 엄마처럼 살아봐

어머니가 주시는 시간이라는 선물

by 서하



TWG는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티 브랜드지만, 이 '뉴욕 블랙퍼스트'는 나도 좋아하는 홍차이다. 나는 이 차를 마시며 가보지 못한 도시를 상상하고 그려보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시간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나를 사색하고 사랑하는 시간의 머무름이다.


순동이 할머니, 뭐 하시냐고요?


지난 4~5개월 동안 30년을 류머티즘으로 고생하신 손가락이 이젠 많이 불편해 보이시는 모습을 자주 발견하곤 하는 요즘이다.


스마트폰을 사드렸지만 무용지물이 될 때, 터치하는 법을 거의 매일 반복 훈련 속에 지난주부터는 시니어 채널에 유튜브를 혼자서 터치하고 즐겨 들으시며 어느 땐 감정이 복받치시는지 핸드폰을 보고 또 보고 하신다. 지금도 들으시고 계실 것이다.


나도 홍차 한 잔 마셔본다.


중년의 나이에 茶 공부를 하면서 많은 다양한 차를 마셔보게 되었다. 평생 문화센터 한 번 못 가보신 순동이 할머니를 떠올리며 말이다.


딸, 너도 엄마처럼 살아봐"


나는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순동이 할머니처럼 살아내겠어.


요즘 무더위에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집 앞 운동을 보행기를 끌고라도 다녀오신다.


어머니가 내게 주시는 선물은 시간이다. 귀한 시간이다.


나도 어느덧 삼 남매가 다 밖에서 살아간다. 앞으로 시간을 무엇을 하며 또 나 역시 순동이 할머니처럼 살아가고 또 살아내야 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내가 학창 시절만 해도 아날로그의 시대였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디지털 세상은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내가 중년에 만나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순동이 할머니가 숨 가쁘게 살아냈을 격동의 세월에 잘 버티고 지금 내 눈앞에 서 계시는 것이다.


오늘 아침도 약 하나하나 순서대로 놓으시며 힘겨운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대우주에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이 살아가신다.




창밖의 하늘


창밖에 하늘이 보인다. 가을이 오면 높고 시원한 하늘을 보게 되겠지.


어머니와 함께 바라보는 이 하늘 아래서 나는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 90년의 세월을 견뎌온 그 손으로 오늘도 스마트폰을 터치하시는 모습에서, 나는 삶의 용기를 본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의지를.


류머티즘으로 아픈 손가락으로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서, 나는 인생의 진짜 강함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그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지속함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작은 노력들,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성실함이었다.


어머니가 유튜브를 보며 감정이 복받쳐하시는 그 순간들도 아름답다. 90세에도 여전히 마음이 움직이고, 감동하고, 눈물을 흘리신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내게 주시는 최고의 선물은 90 연세에도 자신을 돌보시는 모습이다. 그리고 나에게 "너도 엄마처럼 살아봐"라고 말씀하시는 그 용기. 나는 그 용기를 조금씩, 천천히 배워가고 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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