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잔소리가 추억이 되는 시간, 삼대가 함께한 오후"
글을 쓰려다 보면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머릿속이 하얘지는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그럴 때마다 짧은 메모를 들춰본다면 모든 것은 '나'에서부터 시작해 천천히 풀어나가면 된다는 보물 같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요즘 도전하는 필사책의 한 구절이 이 순간 제대로 나의 마음에 꽂힌다.
삼대가 예고도 없이 파주 운정 나바호 카페에서 뭉쳤다. 일주일에 한 번은 순동이 할머니와 파주 전역을 다니고 있다. 너무 크고 좋은 카페들이 참 많이 생겼다.
할머니는 예리한 콘텐츠 잔소리 1호를 던지신다.
"아유 여긴 겉만 으리으리해 별로야, 땡!!"
하루 모시고 나가면 보행기를 차에 실었다 내렸다 팔이 떨어질 것 같을 때도 있다. 그 순간 순동이 할머니 잔소리는 양어깨가 저려오고 다리도 후들후들 떨려온다. 파주로 오신 지 벌써 5년쯤 세월이 지나가고 있다.
오늘도 역시 나바호를 들어서는 순간 큰애 곽사장을 쳐다본다.
"얼마나 좋은 곳이 많은데 나무가 쓰러지겠네."
"할머니! 여긴 들어가면 너무 좋아."
내 눈엔 딱 곽사장 스타일이다. 카페 안은 가보지 못한 텍사스를 연상시키는 카우보이 모자, 인형들, 장식들 또 수더분한 여사장님이 정겹게 맞아주신다. 꼬부랑 할머니를 제일 좋은 자리로 보내주셨다.
베이비부머의 꿈
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아닌가. 시간만 있어 봐라, 난 나 혼자 전국을 누빌 각오를 하고 있다. 장터가 벌어지는 전국 야시장도 가고 싶고, 이다음에 두 다리가 성해야 가능하지 싶다.
오랜만에 만난 순동이 할머니와 곽사장은 이런저런 얘기 수다방이 되어가는 사이, 난 여기 카페에 메뉴판이 크게 보이며 무척 음료가 기다려졌다.
**콘크림카페 나바호** - 난 홍차밀크, 순동이 할머니는 딸기밀크
그런데 나는 홍차밀크티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인데, 입에 대는 순간 정말 너무 향이 좋았다. 곽사장은 "그럼 그렇지, 내가 잘 우겼지" 하는 흐뭇한 미소를 보낸다. 사장님은 향기로운 과일 홍차를 우려서 만든 달콤 은은한 홍차라고 하신다. 그러는 사이 딸은 리뷰까지 써서 드리니 예쁜 팔찌를 선물로 받아 벌써 손목에 걸치고 있다.
순동이 할머니는 어린 시절 곽사장 모습을 떠올리시는 듯하다. 뼛속까지 진골 성향의 충청도 분이라 무답, 무반응의 모습이시다. 우린 익숙하다.
그런데 갑자기 인견옷을 오늘 장롱에서 힘들게 꺼내어 입고 왔으니 사진 좀 찍어보라 하신다. 우린 놀라서 몇 컷의 사진을 건졌다. 카페와 어쩌면 그렇게 조화로운지.
"내가 옷장 속에 이 옷을 보며 언젠가는 추억의 사진을 찍고 싶었어. 오늘이 그러네. 우리 손녀, 고맙다."
**생애 잊지 못할 칭찬...**
잔소리도 콘텐츠다
순동이 할머니 등 뒤에서 어쩔 땐 조급한 마음이 일 때도 있다. "뭔가를 해야 하는데... 내가 또 많은 세월이 흘러 순동이 할머니 자리에 있을 텐데..."
잔소리가 콘텐츠라고 제목을 지은 만큼, 순동이 할머니의 역대급 잔소리는 당신이 정한 건강에 필요한 영양제는 한치의 물러섬이 없으시다.
그간 많은 세월 흑염소즙을 드시는데, 이젠 고령이시라 그만 드셔야 하는 게 아닌가 싶고 주변에서도 그게 맞다며 맞장구를 많이 치신다. 요번만큼은 들은 척하지 않고 다른 거 좋은 거 많이 드시니 과하면 좋지 않다며 대꾸를 많이 하게 되었다.
그랬더니 경기도도 민생회복 지원금이 나온다는 말씀을 듣고는 "너도 당환자고 나도 이렇기 때문에 흑염소에 아라키동산을 먹어야 혀." (아라키동산은 오메가 6 필수 지방산이고 아라키돈산이다 ㅎㅎ)
너무 지나치신 게 아닌가. 너무 많은 약을 드시는 집착이 병이 되어가시는 것 같다. 90세의 연세에 한 치의 양보가 안 되는 아라키동산~~
그래도 아직 입원 한 번 하시지 않은 순동이 할머니. 요즘은 스마트폰을 4~5개월 터치 연습을 해서 유튜브로 시니어 채널을 구독하여, 내가 외출할 땐 울고 웃어가며 들으신다.
삶에 대해, 노후에 대해... 어느 날 생각을 올리면 "홀로 서는 용기의 순동이 할머니"가 생각이 날 것이다.
& 우리 곽사장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