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 경화 Mar 12. 2024

미니멀리스트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예요?

나가 미쳤지 3

미니멀리스트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예요?



마음먹은 일, 해를 넘기지 않기로 했다. 

연말이 지나기 전에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잡고 나면 느긋하게 예약했던 건강검진도 하고, 결혼기념일 홈파티를 새로운 식탁에서 할 수 있을 거야... 


오호~ 기대가 된다.  




- 일정 - 


11월 20일 주방가구, 마루공사 견적

11월 29일 수요일 아일랜드식탁, 싱크대, 수납장 철거. 

11월 30일 목요일 싱크대 및 팬트리 설치.

12월 1일  금요일 냉장고 설치, 식탁 입장.

12월 2일 토요일 아침 일찍 고터 꽃시장에 가서 꽃 한 다발 사 와야지. 


야무진 스케줄이었다. 




계획이란 미래에 관한 현재의 결정이다. 


피터 드래커가 말했댔지....

그랬다. 내가 세운 스케줄은 미래에 관한 현재의 결정일뿐이었다.


나의 계획과 무관하게 마루공사 사장님의 공사 스케줄이 있었고, 새 가전의 배송 스케줄이 있었다. 

기존 가전의 당근 판매에 따른 구매자와의 일정 또한 모두 달랐다. 

4일이면 모든 것이 끝나야 하는 나의 계획이 한 달짜리 일정으로 변하고 있었다. 


맙소사.... (푸바오 할부지 강철원 사육사님 버전) 





산 넘어 산



기존의 주방가구 철거를 위해서는 이미 들어있는 각종 주방기구들을 꺼내어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냉장고의 음식을 정리해야 한다. 


하 하 하...... 그런데 말이지, 

기가 막힌 타이밍에 번째 코로나에 걸렸다. 

남들은 두 번째쯤의 코로나는 쉽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39도가 넘는 고열로 사흘을 앓고 젖은 빨래가 되어 누워 있어야 했다. 


철거 예정 일주일 전부터 '정리해야 해, 치워야 해 치워야 해'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모든 일은 제자리걸음.  하나 하고 나면 쉬고 싶고 눕고 싶다. 


하지만, 사람은 참 신기하다.  막상 닥치면 세상 불가능한 일도 해 낸다. 






이게 가족이구나



아일랜드식탁을 철거하기로 모두 동의를 했지만, 가족들은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다 알아서 하겠지' 생각했을 거다.  여태껏 그랬으니까. 

그동안 이사도 나 혼자 다 했으니까.. 이까짓 싱크대 이사쯤이야 뭐가 대수겠어했을 거다. 



철거 하루 전날 저녁, 아무 정리가 안된 주방! 


가족들 모두 퇴근, 정리가 안된 주방을 보더니 치킨 한 마리 시키고 모두 주방으로 달려들었다. 

늘어놓기 대장 막내까지도. 

아..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들었다.  이게 가족이구나... (훌쩍~)



미션 1

싱크대와 수납장에 들어있는 모든 것을 꺼내라. 


미션 2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린다. (정말 과감히 버렸다.)


미션 3

다시 사용할 물건들은 서재방에 넣는다. 




이게 무슨 일이람?


정리를 시작하자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졌다. 


세트로 사 두었던 행주 꾸러미, 이뻐서 사 두었던 냅킨, 미리 사 두었던 친환경 수세미, 공동구매로 사 둔 주방세제, 선물로 받았던 건강식품, 언제 쓸지 모르지만 필요한 곰솥, 우아하게 음식 먹고 싶어서 샀던 대나무 찜기..... 

 이 아이들이 모두 싱크대에 있었던 거야?


엄마가 담가 준 삼 년 된 매실액, 취나물 장아찌... 조선간장 다 떨어져서 못 먹고 있었는데, 이 아이도 김치냉장고에 있었구나. 어머나, 맛있어서 아껴 먹던 고추장도 김치냉장고에 있었네. 


꺼내고 꺼내도 끝이 없다. 

그냥 작은 싱크대 일 뿐이었다. 남들도 다 쓰는 4 도어의 김치냉장고 일 뿐이었다. 

 



미니멀리스트 그건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예요?


누가 좀 알려주세요!!!!

 




* 피터드래커 (1909.11.19 ~ 2005.11.11), 미국의 경영학자. 현대 경영학 창시자. 








매거진의 이전글 일이 산으로 가기 시작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