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좀 전까지 설거지하는 내 가까이에 있고 싶어서 식탁 앞에 앉아있던 아이.
대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진 못했다. 그리도 그 작은 아이가 대문에 있는 고리를 잡고 여는 건 불가능했다. 혹시 몰라 대문부터 열고 문 바로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봤는데 엘리베이터가 우리 층으로 되어 있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불이 켜진 엘리베이터엔 아무도 없었다. 계단을 향해 아이의 이름을 작게 불러봤지만,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다.
집으로 들어와 방 하나씩 열어보았다. 아이를 찾은 건 안방 침대 옆 구석이다. 하마터면 아이를 못 볼 뻔했다. 그 어두운 데에 아이가 왜 작은 몸을 더 작게 웅크리고 있나?
아이에게 다가갔다.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 있니?”
아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이의 어깨가 흔들리는 게 손을 통해 전해졌다. 아이는 고개를 들지 않고 인형을 꼭 껴안은 채 계속 울었다.
”엄마가 나보다 먼저 죽는 게 슬퍼. “
아이가 책을 읽다가 죽음에 대해 알게 된 걸까?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 말을 못 했다.
친정 엄마라면, ”그게 행복인 줄 알아라. 부모가 원래 자식보다 먼저 죽어야 해. 그게 맞는 순서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을 텐데.
나는 할 말은 찾지 못하고 아이의 울음에 전염이 된 건지, 이렇게 연약한 내 아이를 두고 세상을 떠난다는 상상을 하며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아이를 품에 안았다. 어둠 속에서 오래 아이를 품에 안고 달래주었다. 이 눈물이 그칠 때쯤 아이는 또 한 번 성장하겠지. 나도 점점 아이를 두고 떠나는 것에 마음을 놓겠지. ‘너와 나의 함께 하는 시간이 모두 이별하는 과정이구나. 부디, 이 시간이 조금 더 길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