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낯선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에 이르는 사람들이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결혼은 인간 발달 단계에서 이뤄야 할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그걸 제때 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 명확한 이유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당사자가 이유를 찾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이라도 이유를 찾아 제시했다. 다시 생각해 보면, 대부분이 헛소리였다.
인간은 혼자이다. 나라는 존재는 유일무이한 존재이며, 독특한 기억 체계를 가지고 경험 데이터를 쌓아가는 생체 기계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이 말은 하늘과 땅, 어디에서도 나는 홀로이며 이 존재론적 고독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는 표현 같다.
그러나 인간은 혼자일 수만은 없다. 내가 태어나는 과정 통틀어, 혼자 이룬 것이 있던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합. 그리고 모든 인간은 어머니의 살을 찢고 나온다. 뱃속에서는 어머니와 탯줄로 연결되어 있었고, 어머니의 몸 밖으로 나와서는 더 많은 존재들과 연결된다. 살아남기 위해서, 최소한 먹고 싸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다른 존재의 필요성을 느낀다. 우리는 분명 개별적으로는 고독하지만,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어 연결을 필요로 한다.
연애와 결혼은 낯선 사람을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 역할을 부여하고 그 낯선 이를 나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하는 과정이다. 낯선 사람이 또 다른 내가 된다. 연인이 다치면 나도 다친 것처럼 비슷한 강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나의 고통에 연인이 신음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나의 일부가 죽는 것과 같다.
낯선 이가 내 일부가 되는 과정은 긴 시간과 고통을 수반한다. 그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두려움은 당연한 감정이다. 생경한 것에 즐거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는 건 당연한데, 점점 두려움을 감당하지 못해 즐거움마저 놓치는 것 같다.
우리는 다른 존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그 일부와 연결되어야 하고 소수를 사랑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