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생각하면 할수록
단단한 껍질이 만들어져
껍질을 벗기는 것도 일이라,
난 손을 놓고
껍질 안에 요즘, 들어가 살고 있어
비오는 날마다
날 원망하진 않니
공기 중의 물방울이 온몸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날이잖아
나는 너를 푸르게 기억하고 있어
보물찾기를 하듯이
인적이 드문 풀 숲 바위 어딘가에서
네 발자국을 발견하곤 해
"여기 있었구나, 너."
기억이 파편이 되어 날아와
게릴라성으로 내 살에 박히는데
너도 그러니?
그럴 땐 '공룡시대'라고
혼잣말을 해봐
기억도 공기 중으로 증발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