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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물처럼 말한다.

by 하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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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아침마다 ‘낱말들의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깹니다.
창문 너머에 있는 ‘소나무’, 소나무 가지에 내려앉은 ‘까마귀’, 아침 하늘에서 희미해져 가는 ‘달’들의 소리를 들으며.

그러나 아이는 소리내어 말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낱말이 입안에 뿌리를 내리며 혀와 뒤엉키고, 목구멍 안쪽에 딱 달라붙고, 입술을 지워버리기 때문이지요.

아이는 말을 하려다 돌멩이처럼 입을 굳게 다물 뿐입니다.


그 아이는 시인 조던 스콧입니다. 어릴 때 학교에서 발표가 있으면 조던 스콧의 아버지는 조던을 데리고 강가로 데려갔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아이를 가만히 끌어안고서는 강물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강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이지?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아빠의 말을 듣고 바라본 강물은 굽이치고, 소용돌이치고, 부딪치고, 부서지면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강물도 자신처럼 더듬거리며 흘러가고 있었던 거지요. 거친 물살 뒤에는 잔잔한 물살도 있고요.


아이는 말을 더듬는 자신의 내면에도 그런 물살이 흐르고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나는 울고 싶을 때마다 이 말을 떠올려요.
그러면 울음을 삼킬 수 있거든요.

나는 강물처럼 말한다.


강물도 더듬거릴 때가 있다는 걸 깨닫고 아이는 자신을 긍정하게 되었어요. 우리에게도 필요한 말이죠.


강 표면에 일어나는 물결이 강의 전체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듯

숨기고 싶은 나의 모습을 바라볼 때, 이 말을 해주세요.

나는 강물처럼 말한다.
나는 강물처럼 글쓴다.

나는 강물처럼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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