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리더의 탄생
안녕, 신입 마음관찰자! 잘 있었어? 아직 금요일이 아니지만, 조금 빠르게 글을 올리고 싶었어. 내가 마음이 급했던 이유를 알려줄게.
지난 화요일 밤 10시 30분에 있었던 사건, 알지?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두근대. 이게 뭐지? 순간, AI로 만든 가짜 뉴스인가 싶기도 했어. 비상계엄령이라니, 말이 안 되니깐. 그렇게 어리둥절해하며 알아보고 있는데, 뉴스 라이브로 국회의사당 주위로 군인들이 보이고, 하늘에선 군 헬리콥터가 보이는 거야. 아, 이거 실제상황이구나 싶었어. 군인들이 무력으로 국회를 진압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진짜 심각해질 수 있었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어. 우리에겐 또 그런 역사가 있었으니깐.
다행히 새벽 4시 반에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해제한다는 공식 발표를 끝으로, 진짜 진짜 끝이 났다는 걸 알았지. 그러나 10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총 6시간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끔찍한 시간이었다는 거, 다들 공감할 거야. 비상계엄령을 저지하기 위해 담을 넘은 국회의원들, TV로 출신들의 이야기로만 접했던 707 특임대, 수방사, 방첩사... 우리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주리라 여겼던 강한 군인들이 우리를 해할까 봐 너무 무서웠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너무 많지만, 여기까지만 할게.
이런 상황에서 마음관찰자는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이 글을 쓰게 됐어. 다들 화요일 밤에 리더가 멍청하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았을 거야. 그런데 참 궁금해. 어떻게 어리석은 리더가 탄생하는지. 저들이 원래 멍청했는데, 잘 들키지 않다가 리더가 되는 순간 그 점이 드러난 건지. 아니면, 리더가 되는 순간 멍청해지는 건지. 어떤 이는 리더가 되더라도 저렇게까지 안 되는데, 또 어떤 이는 꽤 똑똑한데도 불구하고 리더가 되는 순간 스스로를 파멸로 이끄는 선택을 하는지. '리더의 멍청한 특성'에 대해 논해볼까 해.
로버트 스턴버그(Robert J. Sternberg)라는 굉장히 유명한 미국 사회심리학자가 있어. 내가 아는 심리학자 중 가장 많은 주제에 대해 연구한 사람이야. 스턴버그의 [Why Smart People Can Be So Stupid]라는 논문과 책을 통해 높은 지능에 좋은 학교, 뛰어난 성과를 이룩한 사람들이 리더가 되는 순간, 어떤 이유로 엄청난 과오를 저지르는지 연구하게 됐어. (원래 지혜에 대해 연구하다가 이후 어리석음에 대해서도 연구하게 된 거지.)
높은 지능을 가진 사람들 중 자신만은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어리석은 행동을 할 수 있어. 그 행동은 기본적인 오류로 인해 발생해. 아래 열거해 볼게.
이들은 자신이 매우 똑똑하여 무엇이든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결과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믿는 경향이 있어. 틀린 말은 아닌 게 이들을 성공으로 이끈 동력이 이거거든. '비현실적 낙관주의'! 자신이 무엇을 하든, 근거 없이 잘 될 거라고 믿는 거야. 무조건적 긍정이 무서운 이유지.
멍청한 리더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에만 집중하고, 타인에 대한 책임을 무시하거나 간과하는 태도를 보여.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아서 당당한 태도를 보이고, 아주 탐욕적인 욕구를 서슴없이 드러내기도 하지. 이런 사람을 보면 우리는 호의적인 표현으로 "어린아이 같다"라고들 하잖아. 어린아이는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아주 과감 없이 드러내고, 명확한 논리도 없잖아. 우리는 어린아이가 그럴 때 차분히 설명해 주고 기다려주지. 왜냐하면, 아직 성장 단계에 있는 아이고, 뇌 발달이 진행 중이니깐! 메타인지가 아직 덜 발달해서 상황을 폭넓게 바라보고 자신의 욕구를 통제하는 법을 모를 테니깐. 그런 걸 어른이 이러면 난감하지.
권력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줄 아니? 여러 실험으로 증명되었다시피 잠깐이라도 자신이 권력을 가졌다고 느끼는 순간, 인간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게 돼. 그런데 대통령이라면 얼마나 그러겠어. 우주는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내 주변인들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걸로 착각하기까지 이르는 거지. 원래 그러지 않았던 사람들도 권력을 가지는 순간 자기중심적으로 변하는데, 원래 그런 자기 중심성이 강한 인간이 리더가 되면 어떨까? 초강화가 되겠지.
비현실적인 낙관주의에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경쟁 상황에 처할 때, 얼마나 사람들을 짓밟고 나아가겠어. 자신이 뭘 해도 괜찮다 느끼는 거지. 기본적으로 이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확신을 가져. 확신을 너무 강하게 가지고 있다 보면, 다른 의견을 듣지 않고, (들을 노력도 안 하지) 자신의 의견만 고수하지. 자신의 의견과 상반되는 정보나 새로운 정보를 일체 거부하게 돼.
이 세 가지 특성,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지 않아? 수준 낮은 자기 계발서나 성공신화에서 예시로 나오는 리더의 모습 같아. 맞아. 정도는 좀 차이 나겠지만, 이들의 비현실적 낙관주의와 자기 중심주의, 과도한 확신감이 이들을 성공으로 이끌기도 해. 좋은 환경을 만나면. 그러나 똑같은 특성이 그들을 파멸로 이끌기도 하는 거지.
그럼, 다음으로 리더가 어리석어졌을 때 나오는 증상에 대해 알려줄게. 아래에 언급되는 특성이 리더에게서 발견되면, "아, 이 사람은 곧 나락 가겠구나."라고 여기면 백퍼야.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으며, 실제로는 자신이 모르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야. 자신이 다 알고 있는데, 무슨 새로운 정보를 배우겠어. 자신이 모르는 것에 아예 접근조차 하지 않으려 하고, 자신의 무지를 (어쩔 수 없이) 깨닫는 순간에도 절대 인정하지 않아. 리더가 자신이 뭘 모르는지를 모르는 총체적 난국이라 할 수 있지.
자신이 전능하다고 생각하여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어. 자신의 능력과 힘을 과대평가해. "난 다 할 수 있어." 성공한 축구 선수라 하더라도 감독하기는 어려운 일이잖아. 그런데 멍청한 리더는 자신이 축구 선수로 성공했는데, 글도 잘 쓴다고 착각하는 거야. 막 영역을 넘나들어, 자기가 다 잘할 수 있다고 여기는 거야. 이렇게 되면, 자신의 능력을 맹신해서 팀워크나 협력의 중요성을 간과해. 그리고 지나치게 무리한 계획, 높은 목표를 설정해서 팀을 망할 수밖에 없어.
"내가 다스리는 이 국가! 나보다 강한 자는 없다!" 이렇게 여기면서 자신의 행동이 아무리 부적절하거나 무책임하더라도, 그에 대한 부정적 결과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건히 믿고 있어. 이런 리더들 뉴스에 어떻게 등장하는지 알지? 음주+과속 운전으로 사람을 치고 건물을 박아도 자신만은 괜찮다고 여기는 거야. 아무리 자신이 규칙을 어겨도 문제가 없을 거라는 거지. 본인은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데 실제로는 어떻게 되지? 우리가 아닌 걸 알려주게 되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결국 그런 미친 감각으로 이 멍청한 리더는 무너지게 되어 있어.
이 세 가지 감각의 이름을 들었을 때, 뭐가 떠오르지 않아? '신'이야. 신만이 가질 수 있는 감각이자 능력. 맞아, 그 사람들은 자신을 신으로 착각하는 거야. 리더가 자신을 신으로 착각하는 순간, 파멸한다고 보면 돼.
그렇다면, 어리석음의 반대인 지혜로움은 어떻게 드러나는 것일까? 지혜로운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필요와 타인의 요구, 그리고 단기적 만족과 장기적 결과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해. 지혜는 교육을 통해서도 증진시킬 수도 있는데, 단순히 지식과 지능을 평가하고 증진하는 것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균형 잡힌 사고와 비판적 자기 성찰을 통해 지혜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교유해야 한다는 거야. 조금 느리더라도 지혜로움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우리는 어리석은 리더를 만나지 않게 되는 거야.
리더가 되었을 때도 지혜로운 사람 또한 물론 있어. 자신의 지식과 재능, 창의성 등을 자신보다 더 넓은 개념인 공익을 위해 활용하며, 자신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 조직이나 사회와 같은 집단의 이익을 단기와 장기적으로 고려하여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루는 거야. 나 혼자만, 내 옆 사람만 이익을 보는 건 결과적으로 어리석은 선택이며, 그런 문화를 장려하다간 운 좋게(?) 비상계엄령 선포로 안 끝날 수도 있어.
이번 화에서는 특별히, 현재 한국의 상황에 맞춰 심리학 이론을 소개해봤어. 신입 마음관찰자들, 잘 읽고 있지? 어떻게 읽었는지 댓글로 의견 남겨줘. 우리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도 선임 마음관찰자로서 노력할게. 우리, 조금 더 지혜로워지길 바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