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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히 라 Feb 18. 2022

가벼운 너의 여자친구

기록하는 기억 ㅣ 하히라의 한중록

모질고 가벼웠던 너의 여자친구 : 나



 연애시절을 되돌아 생각해 보면 나는 그에게 참 많은 실수를 한 것 같다. 동생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나는 어쩐지 몇 편의 수화를 하는 영화를 함께 보자 권했고 그는 이따금씩 여간 불편해했었다. 한 번은 중간에 보기 싫다 몸을 베베 꼬기도 했었고 이해 못 할 춤사위에 혼란스러움을 표하기도 하였다. 나는 그저 단 하나의 생명체와 그리고 그런 생명체와의 사랑이야기였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이라는 그 영화가 상영되는 곳이 몇 군데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보고 싶어 예약하고 겨우 자리를 잡아놨는데 영화관 의자에서 지겨움과 불편함을 호소하는 그의 행동 방침에 대한 이유의 원천을 나는 몰랐던 것이다. 그가 보고 있는 언어장애의 한 여성과 그 어떤 생명체 간의 넘어서는 찬란한 사랑이야기도_ 사실 그 장애를 옆에 부대끼고 살아가는 이에게는 환상임을 알고 있기에 그는 그날 그토록 뒤틀려야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떤 날은 내 책장의 수화책을 보고 할 줄 아냐고 물어본 적도 있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낮았던 나는 그런 사람들의 생활과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나 드라마 영화를 굳이 감정을 밀어내며 보는 것을 좋아라 했다. 그리고 천연덕스럽게도 그걸 권하던 나는 내 남자친구 곁에 장애인이 있다는 걸 몰랐었다. 난 참 가벼웠다. 쉬이 내가 경험해 보지도 않고 아름답고 선명하게만 보여지는 미디어나 책의 창작물을 상처를 껴안고 살아가는 그에게 권유까지 해대며 나는 참 모질었다. 책을 좋아하냐며 물어놓고 어려워 힘들어한다는 그의 말에 만화카페에 데려가 원래 모든 가치관이나 배움은 그림으로 배우는 편이 옳다며 권했던 책 또한 청각장애인이 주인공인 이야기였다. 그런데 어쩐지 그는 그 전편을 그 자리에서 모두 읽었고 시옷 발음이 가장 어려워 시옷이 연속으로 들어가 있는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성생님’ 이라고 겨우 말하는 Ho에게 애정을 품어댔다.




 모든  알게 됐을  나는  그토록 미안했다. 어쩌면 연애시절 같이 보았던 영화 때문에, 그리고  책장의  때문에, 아니  귀여운 억수씨의 만화책 Ho! 덕분에 그는  말을 꺼내기까지  어려웠을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런 것들로 인해 용기를 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





다른 이의 상처나 치부는 그 누가 어루만지고 이해한다고 한들

아픈 건 아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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